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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어느 전업주부의 하루 일과에 숨막히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어색했던 첫 만남이 만나는 횟수가 늘어 날수록 편해진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기도 하다.

 

처음 수강생들 회식을 했을 때, 그녀는 아이의 하교 시간 때문에 점심 식사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 집에 오면 1시쯤 된다고. 아이가 오면 바로 간식 차려 먹이고 학원을 보내야 한다길래

처음엔 그냥 애살 있는 엄마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한달의 시간이 흐른 후, 우린 다시 정을 나누기 위해,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점심식사를 했다. 참석 못하는 사람 미리 얘기를 해라고 총무님이 말씀하시자, 또 넋두리가 이어진다. 아이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결국은 회식에 참석하기는 했는데, 차안에서 그녀의 말에 난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답답함을 느꼈다.

 

 

 

" 우리 애가 초등학교 2학년이거든요. 집에 오면 1시쯤 돼요. 오늘은 옆집에 얘기를 해놨지만, 애가 하교했는데 집에

엄마가 없으면 좀 그렇잖아요. 애가 일단 오면요, 간식을 챙겨 먹여요.. 그리곤 학원을 보내죠.

애가 학원 다녀오면 학교 숙제를 봐주고, 준비물을 챙겨줘요. 그 다음에 학습지를 하구요,

조금 있으면 학력평가 하잖아요. 성적이 나쁘게 나오면 안되니까 집중적으로 지도를 해요.

그래서 저희 애가 공부를 좀 잘해요. 전 성적 안 나오니까 성질 나서 미치겠더라구요 "

 

전업주부로서 아이를 챙겨야 하는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얘기를 하는 동안 그녀는 아이가 공부 잘한다는 말을 하면서 상당히 우쭐대는 모습을 보여줬다.

글쎄... 초등 저학년때는 공부 안해도 성적 잘 나오지 않나? ^^;;

 

받아쓰기도 한번 정도만 연습하면 다들 100점 받고 ? ㅎ

내가 그녀의 아이라면 숨이 막혀 죽을것 같단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녀는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아이를 챙긴다고 하지만, 그게 아이를 구속한다는걸 알지 못한다.

아이의 성적이 그녀의 전업주부라는 열등의식을 우월감으로 바꿔주는 대리만족의 도구 정도로만 느껴졌다.

 

그녀의 아이는 엄마가 챙겨주는 간식 먹고, 학원을 다녀와서 숙제를 하고, 매일 해야 하는 학습지를 해야하고, 학력평가 대비해 공부도 해야 한다. 그러면 저녁시간... 그 아이는 언제 뛰어 놀까? ㅡㅡ

 

초등학교 3-4학년만 되면 아이들은 엄마보다는 친구들과 노는걸 더 좋아한다. 그리고 사춘기가 일찍 접어 들기도 한다.

 숨막히는 아이의 하루일상속에서 능동은 찾아 볼래야 볼수가 없고, 수동적인 생활에 가슴 한켠이 답답해져 옴을 느낀다.

지금 당장 고분고분 말 잘 듣고 엄마의 지시대로 따르는 아이여서, 엄마는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그 아이의 인생을 망칠수도 있다는걸 왜 모를까?

 

아이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선택권을 줄 필요도 있고, 엄마가 집에 없을 때 알아서 학원을 가고 가끔은 땡땡이도 칠 줄 알아야 하고 아니면, 엄마한테 학원 가기 싫다고 땡땡이 쳐도 되냐고 물어 볼 수 있는 용기가 있게도 키워야 하고 매일 해야 할 학습지를 종종 미루기도 하고 가끔은 숙제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아 학교에서 벌도 서 봐야 하는거 아닐까?

 

사람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면 안된다. 험한 세상, 혼자서 헤쳐 나갈수 있게 하려면 어릴 때부터 해야할 일을 정해 주면 스스로 할수 있게끔, 그리고 스스로 느낄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가장 어리석은 부모는 자식에게 목숨 거는 부모다. 그리고, 내 아이는 다른 아이와 다르게 착하고 바르게 자랄 거라고, 효도 할거라고 생각하는 것... 엄마들이여! 아이 인생에 목숨걸지 말자. 시키고, 강요하기 보다는 엄마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보여주자. 지금 당장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아이는 어른의 모습을 보며 배운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아이 인생에 깊숙히 개입하기 보다는 옆에서 조언자 역할만 제대로 하고 아이가 하고 싶은게 뭔지, 뭘 잘하는지, 꿈이 뭔지를 캐취해서 방법만 알려주자. 그외 그곳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그 아이의 몫으로 남겨두고 말이다. 예스만 외치는 아이, 고분고분한 아이가 아닌, "왜요? 왜 그렇게 해야 되는 건데요? 싫어요!" 당당하게 말할수 있는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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