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라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량주부에, 불량 엄마임에 틀림이 없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서라면 헌신적으로 자신을 희생해서 사는데 반해, 나 라는 사람은 언제나 아이보다는 내가 우선이다. 이 세상은 내가 존재하기에 존재한다는 걸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불량엄마임에도 뭔가를 해줄 때는 확실하게 해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요리 하는걸 워낙 싫어 하는 스타일인지라 평소 대충 해 먹고 살지만, 가끔씩은 애들이 좋아하는걸 확실하게 해주는 편이기도 한데, 특히나 아이의 친구들이 왔을 때가 그러하다.
언젠가 딸아이가 새로 전학을 온 친구 집에 가서 놀다 온 날,
딸-엄마, 오늘 XX 집에 놀다 왔잖아요. 그런데, 전 XX의 얼굴에 여드름이 왜 그렇게 많이 났는지 이제서야 알겠더라구요.
나- 얼굴에 왜 그렇게 여드름이 많이 났건데?
딸- 걔 집에 들어서자 마자 인스턴트 음식들이 쌓인걸 보고 경악했어요. 스파게티가 박스채로 있고, 라면에 과자에 즉석식품에 식빵에... ... 와! 정말, 같이 간 친구들이랑 놀랬다니깐요.
나- 왜 인스턴트가 그렇게 많아?
딸- 엄마가 이혼하고 일 하러 다니신대요. 그래서 일일이 챙기지 못해서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사 놓으셨대요.
나- 그렇구나.
딸아이 친구의 집안 얘기를 듣고보니 조금 안쓰러웠다.
그렇게 딸은 친구들과 넘쳐나는 인스턴트 음식을 보며, 모두 부러워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중에 A라는 아이가 딸에게 너는 엄마가 요리를 잘하지 않냐고 더 부럽다고 얘기를 하더란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을! 큭큭큭.
나- A가 엄마더러 요리 잘한대? 왜?
딸- 예전에 A가 왔을때 카스테라 만들어 주셨잖아요. 그것 때문에 그런것 같아요.
나- 그 때가 언젠데.
몇 년 전에 해준건데 그것으로 인해 난 졸지에 요리 잘하는 엄마가 돼 버렸다. 더더군다나 그것으로 인해 부러움의 대상까지.
나- 그래서 넌 뭐라고 그랬어?
딸- 뭐, 인정은 했지만 자주 안해준다고 말했어요.
하하하!
정말 웃을수 밖에 없었다. 사실 요리를 잘하는것도 아니고 관심도 없지만, 딸 친구들이 오면 나름 신경 써서 뭔가를 해준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주 가끔은 특별 요리를 해주기도 하는데, 그래서 인지 요리를 못해도 꽝이라는 인식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역시, 매일같이 맛있는 걸 잘해주는 것 보다는 아주 가끔이라도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을 해 주는게 깊이 각인이 돼나보다.
담에 딸 친구들 오면 더 잘해줘야지. 큭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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