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 심는 적정 시기와 흙 조건, 꼭 피해야 할 실수는?

아니, 토란은 왜 이렇게 까다로운데요?

진짜 감자처럼 생겨놓고. 그냥 땅에 심으면 알아서 크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얘, 물 없으면 죽고 물 많아도 죽어요.

 

그러니까 이런 식이에요. "나 물 좋아해, 근데 잠기진 마"

사랑은 해달라면서 부담 주지 말라는 거랑 비슷하죠. 그렇다고 감자처럼 막 심었다간요? 가을에 흙 파보면 아무것도 없어요. 진짜로.

그럼 어떻게 키워야 되는데?

일단 시기부터 잘 잡아야 돼요.
남부지방은 4월초에서 5월초, 중부지방은 4월 중순에서 5월 초.

흙 따뜻해지고, 서리 걱정 사라질 무렵. 이 타이밍이 진짜 중요해요. 조금 빠르면? 뿌리가 얼어요. 늦으면? 여름 더위에 못 견디고 결국 알도 못 키운 채 서리 맞고 끝나요.

 

모종 심는 경우엔 살짝 늦춰도 돼요. 2주 정도요. 남부 지방은 2주 정도 당기면 되고요. 이 타이밍 하나만 잘 맞춰도 토란이 훨씬 수월하게 자라요. 이게 시작이에요.

그냥 땅 파고 넣으면 되지 않나요?

그게 안 돼요. 토란은 흙이 생명이에요. 배수도 잘 돼야 하고, 물 머금는 힘도 있어야 돼요. 둘 다 잡으려면 어떻게 하냐고요? 깊게 갈아요. 적어도 삽 한 자루는 들어가게. 흙이 숨 쉴 수 있도록 해줘야 돼요. 그다음에 두둑을 만들어요.
한 뼘쯤 높게. 물이 고이지 않게요.

퇴비는?

그냥 아무거나 뿌리면 안 돼요. 완전히 발효된 퇴비여야 해요. 덜 된 퇴비 뿌렸다가, 뿌리 썩는 거 진짜 많이 봤어요.

비료는?

복합비료 쓰세요. 질소, 인산, 칼륨 균형 있게. 근데 이건 너무 욕심 부리면 안 돼요. 특히 질소.
많이 주면 잎은 무성해지는데 정작 뿌리는 못 자라요. 겉만 멀쩡한 토란이 되는 거죠.

육개장에 토란대가 들어가야 맛도 있고 씹는 재미도 있죠!

그럼 심을 땐 어떻게?

• 포기 사이 40~50cm
• 줄 간 60~70cm

이거 무시하지 마세요. 토란 잎, 진짜 커져요. 좁게 심으면 서로 그늘지고, 영양분도 나눠먹다 망해요. 씨토란 보면 뾰족한 눈 나오는 부분 있죠? 그게 위로 가게, 하늘 보게 심으세요.

깊이는 10~15cm 정도. 너무 얕으면 말라버리고, 너무 깊으면 싹이 안 올라와요. 흙 덮을 때도 꾹 누르지 말고 살짝 덮어줘요. 숨 쉴 수 있게.

그렇게만 하면 잘 자라요?

아니요. 물을 어떻게 주느냐가 관건이에요. 얘 별명이 뭔지 아세요? 물토란.
이름부터가 물이에요. 비 많이 오면 잘 자라고, 가뭄 들면 바로 잎 처지고 성질 부려요.

한마디로 수분 예민러. 그러니까 토양이 마르지 않게 항상 촉촉하게 유지해야 돼요. 하루 건너 한 번, 혹은 날 더울 땐 매일.

중요한 건 언제 주느냐.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 그때 줘야 물 낭비 없고, 애들도 편안해요. 한 번 줄 땐 겉만 적시지 말고 뿌리까지 스며들게 흠뻑.

멀칭도 잊지 마세요

검정 비닐이나 볏짚 덮어주면 수분 유지되고, 잡초도 못 자라요. 토란한테는 이게 작은 우산 같은 거예요.

그렇게까지 해야 돼요?

그렇게까지 하니까 진짜 내 손으로 키운 토란이 되는 거예요. 감자, 고구마는 솔직히 좀 덜 정이 가요.
심어만 놔도 뭐라도 수확은 되거든요. 근데 토란은 ;내가 오늘 얼마나 신경 써줬냐 그걸 그대로 보여줘요.

 

물을 대충 줬다? 그대로 드러나요. 심는 시기 조금 놓쳤다? 그해 수확량은 반토막이에요. 근데, 딱 알이 맺히고,
쏙쏙 캐낼 때 그 묵직한 손맛. 그거 한 번 느끼면 다른 뿌리채소는 눈에 안 들어와요.

토란은요.

식물인데도 사람이랑 비슷해요. 관심 줘야 크고, 적당히 거리를 둬야 망가지지 않아요. 그게 쉽지는 않지만
성장 다 지켜보고, 가을에 직접 꺼내 먹을 수 있다는 거. 그게 토란이 주는 작은 위로고, 큰 기쁨이에요.

 

한번, 텃밭 한쪽에 토란 심어보세요. 자연이랑, 당신 마음이 같이 자라는 느낌, 느껴질지도 몰라요.

 

2025.05.07 - [시골농사/농사정보] - 고추는 왜 늦게 심는 게 더 좋을까요? 심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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