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왜 늦게 심는 게 더 좋을까요? 심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

고추, 너무 일찍 심으면 왜 탈이 날까요?

봄 햇살이 조금씩 따뜻해지면 이상하게 손이 간질간질해져요. 씨앗 봉투를 들여다보거나, 마트 앞 모종 코너를 서성이기도 하죠. 저도 그랬어요. 4월 들어 날이 풀리니 '이젠 고추 심을 때 아닌가?' 싶은 마음에 서둘러 앞서가더군요.

 

그런데, 고추는 일찍 심는다고 다 좋은 게 아니랍니다. 오히려 너무 이른 정식은 작물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결국 한여름 수확량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고추 농사 대박나야 할텐데요 ㅋㅋ

고추는 '고온 작물'입니다

고추는 여름에 수확하니까, 일찍 심어두면 수확도 빠르고 많을 줄 알았죠? 그런데 이건 실내에서 키울 때나 가능한 이야기였어요.

 

고추는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작물이라서, 초기 저온이나 서리에 아주 민감해요. 특히 중부지방에서는 예상 못한 '늦서리'에 피해 보는 경우도 제법 있더라고요. 즉, 뿌리를 내리기 전 추위 한 번 맞으면, 그해 농사는 아예 기울 수도 있다는 겁니다.

지역별 고추심기 시기, 이게 정답은 아니지만 기준은 돼요

• 남부지방: 4월 중순 ~ 5월 초
• 중부지방: 5월 초 ~ 5월 중순
• 북부 및 산간: 5월 중순 ~ 5월 말

하지만 요즘은 "기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 실감하시죠? 온난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전보다 다들 빨리 심는 분위기예요.

 

게다가 부직포, 보온재, 멀칭 비닐 같은 자재들이 잘 나와서 초봄부터 모종을 내놓는 농가도 많아졌고요. 하지만 텃밭은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관리 장비가 한정된 소규모 텃밭에선 너무 빠른 정식이 오히려 독이에요.

 

그래서 전 중부 기준 5월 중순 이후를 추천드립니다.

산은 늦게 심어도 밤엔 추워도 ㅜ

모종은 미리, 심는 건 천천히

이쯤 되면 걱정 생기죠. "좋은 고추 모종은 다 팔리고 없을까 봐..."

 

맞습니다. 그래서 모종은 5월 초에 미리 구입해 두는 게 좋아요. 다만 바로 심지 말고, 집에서 며칠 간 잘 관리해줘야 하죠.

이때 겉흙이 마를 때쯤 물을 주는 게 포인트예요.

 

화분형 용기라면 저면관수 방식도 괜찮고요. 그렇게 일주일 정도만 잘 유지하면, 모종이 오히려 더 튼튼해지기도 하더라고요.

심기 전 '이 한 가지'만 해도 활착률이 달라져요

모종을 심기 전 그냥 바로 꺼내지 마세요. 미지근한 물에 30분 정도 담가 두는 과정, 생각보다 효과 큽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 뿌리가 말랑해져서 잘 퍼지고
• 트레이에서 꺼낼 때도 훨씬 수월해요

여기서 미생물 영양제 한 방울 추가하면 더 좋고, 없으면 부엽토 한 줌 섞어줘도 괜찮습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부엽토는 뿌리 생장에 좋은 미생물이 풍부해요)

간격과 깊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엔 '땅만 있으면 되겠지' 생각했어요. 근데 정작 중요한 건 심는 간격과 깊이더라고요.

• 간격: 한 포기당 약 45-50cm
• 심는 깊이: 두둑의 흙과 모종 흙이 수평이 되게

너무 깊으면 뿌리가 숨 막히고, 너무 얕으면 쓰러질 위험이 크답니다. 팁 하나! 호미나 모종삽 길이가 30cm 전후니까,

그걸 기준 삼아 위치를 잡으면 편해요. 농사 지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를 들고 다니면서 재지 않거든요. 눈대중으로 하는데, 그것보다는 내가 들고 다니는 도구를 이용하는게 훨씬 낫죠.

고추를 심고 나면 그때부터는 바빠지죠. 고추대 박고 줄치기 ㄷㄷㄷ

심기 전 물주기, 의외로 순서가 반대예요

"심고 나서 물 주면 되지 않나?" 싶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고추는 심기 '직전에' 흠뻑 주는 게 핵심이에요.

심고 나면 흙이 뿌리 위를 덮고 있어서 물을 줘도 속까지 잘 스며들지 않거든요. 심기 전 물을 흠뻑 주고, 그다음 복토하면

수분이 잘 머물러 활착이 훨씬 좋아요.

비닐멀칭, 찢어진 채 두면 큰일 납니다

요즘 텃밭엔 비닐멀칭 많이 하시죠? 잡초 억제, 수분 유지 등 장점이 많아서 저도 애용합니다. 특히 저는 유기농 농법으로 재배를 하기 때문에 검정 비닐을 애용하죠.

 

무공 검정 비닐에 고추 모종 심으면서 비닐이 찢어질수 밖에 없는데요. 이때, 찢어진 부분을 그대로 두면 구멍으로 고온 공기가 바로 치고 올라와서, 고온장해가 생길 수 있어요.

 

모종 주위는 흙으로 덮어 비닐 찢긴 자리를 꼭 막아줘야 하죠. 그게 고추를 지키는 가장 간단하고 중요한 조치일 수 있어요.

고추심기, 지금이 딱 좋습니다

텃밭은 결국 자연과 타협하는 일이죠. 날씨를 이길 수는 없고, 환경을 완벽히 통제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중요한 건 내가 돌볼 수 있는 '현실적인 시기'에 심는 것입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좀 더 추워서 심기에는 지금이 딱 좋아요.

 

이제 고추, 제대로 한 번 심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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