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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최악의 지하철 진상들만 만났던 날!

새싹이 흙을 뚫고 나오기 위해, 혹은 막 뚫고 나올 때 새싹위에 살짝 덮힌 흙을 보는 기분!
이른 새벽, 어둠이 걷힐 때 즈음 산골짜기 좁은 길을 걸을때 바지를 적시는 풀잎의 차갑지만 싱그러운 촉촉함!
왕복 2-3시간을 길에 깔며 뭔가를 배우러 다니는 기분은 새싹과 이슬을 보는 상쾌한 느낌 그대로다.

기분 좋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꿈을 안고 집으로 돌아 오는 그 시간이 난 즐겁다.

며칠 전, 늘 그렇듯 지하철 환승을 하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지하철이 멈췄다가 문이 닫히는 찰나, 한남자의 걸쭉한 욕이 들려 왔다.

지하철 진상1

" 저 씨Xㄴ!"

목소리가 어찌가 걸쭉하고 억세던지 나도 모르게 그 남자를 쳐다보게 됐다.

텁수룩한 수염은 사극에서나 볼수 있는, 어쩌면 그보다 더 길고 억세게 보였다.
빨간 비니를 도토리 모자 씌운듯 쓰고, 두꺼운 조끼에 회색티, 얄궂은 바지를 입은 그의 몰골은
영락없는 노숙자에 가까운 차림새였다.
그렇다고 그 남자가 노숙자였을까? 아니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도 일년에 두세번 보이는 남자가 있는데,
내가 알기론 그 남자는 산중턱 어디쯤에 이상한? 집을 짓고 사는걸로 알고 있다.
노숙자는 아닌데, 노숙자 비스무리한... ...

지하철 그 남자도 그래 보였다.
그런데 그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가관이었다.
지하철 문이 닫히고 다음 역을 향해 달려 가고 있는데도 누군가를 응시하며 욕을 멈추지 않았고, 그 욕은 정말
입에 담을수 조차 없을 정도로 적나라 했으며, 듣고 있기에도 민망한 욕들이었다.

" 저 씨XX, 멍멍이 같은 ㄴ"
이니셜로 표현하기도 뭣한 욕을 쏟아 내는데, 지하철 안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쳐다보진 않았지만 흘깃흘깃
그남자를 쳐다보며 눈치를 살폈다.

대충 상황을 살펴보니, 지하철에서 여자가 내렸는데, 급히 내리느라 그 남자의 발을 밟았나보다.
지하철 문이 닫힐것 같아서인지 여자는 미안하단 말도 없이 내렸고, 남자는 그게 화가 났던 모양이었다.
여자가 눈앞에 있었다면 능지처참이라도 할 기세였다.
두세코스를 더 갈때까지도 그 남자의 욕은 그칠줄을 몰랐으니....

지하철 진상2

지하철을 타면 보통 스마트폰에 올인한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게중에는 수다를 좀 떠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탔는데 그때부터 시작된 수다는 내릴때 까지 계속 됐는데
듣고 있자니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 오르는 것이다.

선배로 보이는 여자는 듣는 입장이고, 후배로 보이는 남자는 숨도 쉬지 않고 계속 말을 하는데, 목청이 어찌나 큰지
앉아 있는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계속 쳐다볼 정도였다.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후배는 자기가 아는 사람들을 얘기하며 진상이라고 얘기하는데
그 순간 한마디 하고 싶어 졌다.

[ 목소리 좀 낮춰 주시면 안될까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사실 내 속마음은 이랬다.
[ 야! 니가 더 진상이거든! 누가 누굴더러 진상이라고 욕하고 있니? 목소리 낮춰이!]

이렇게 말했으면 아마도 축! 병원행쯤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제발 지하철에선 목소리 작게 대화를 나누자. 자기집 안방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피해를 주는겐지?

지하철진상3

눈이 피곤해서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를 반복하고 있는데, 여자 한분이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눈치를 슬슬 보며 자리를 이동하는게다.
뭔일이랴?

그 여자를 잠시 보다가 여자가 앉았던 좌석을 보니 한 남자의 얼굴이 좀 이상해 보였다.
한 남자는 볼을 부풀려서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지하철 칸 사이 문을 열고 통로로 가더니 계속 부풀려진 볼을 하고선 있었다.
그런데, 부풀려진 입이 홀쪽해지더니 음식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다.

오, 마이 갓!
아,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벌써 만취돼서 오바이트를 할 정도면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셨단 말인가!
속이 이상하다 싶으면 비닐이라도 구해서 타든지 아니면, 그 전에 역에 내려서 화장실에서 속을 좀 다스리고 타든지
하지... ....

지하철은 안방이 아니다.
본의 아니게 남에게 실례를 범하는 경우도 있고, 당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입에 담지 못할 욕, 오바이트, 지나친 수다는 자제해야 할것 같다.

하루 사이에 지하철을 오가며 만난 진상들!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진상이란걸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