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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여자를 향한 그 남자의 작업의 정석!


3월 초,
봄비라고 불리는 비가 내리고 있다.
며칠째 흐린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반가워야 할 봄비는 반갑지도 않고,
봄처녀 설렌다는 봄은 겨울과 별반 다르지 않아 설레지도 않는다. (물론 처녀가 아니니까 설레지 않는지도 모르지만 ^^)

그래도 나이 드신 언니들은 봄비가 내리니 설레나보다.
모두들 하나같이 노래를 부르신다.

[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
[ 봄비가 내리니까 너무 좋지? ]

노코멘트를 하기도 그렇고, 이렇게 기분 나쁜 흐린날이 지속되는 나날의 연속에서 내리는 비는 반갑지도 않아서
그냥 별루 라고 했다. ^^;;

나이가 들면 눈보단 비가 좋다더니, 언니들은 비가 마냥 좋은지 센치해지며 소녀같은 느낌으로 창밖 풍경을 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상관없이 운동을 하러 간 나... ...
헬스장에 들어서면 훈훈한 열기 때문에 밖에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알 길이 없다.
그냥 운동만 할 뿐!

헬스장에 가면 입에 지퍼 닫고, 운동만 한다.
아줌마들과 친해지면 수다 떠느라 운동 못하고, 남자들과 친하게 지내면 괜한 오해의 눈빛이 싫어서
같은 라인에 살거나, 헬스장 다니기 전부터 알던 사람들을 제외한 순수하게 헬스장에서 보는 분들과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그게 오히려 운동하는데 편하기 때문에, 나 뿐 아니라 대부분 내가 운동하는 시간대엔 그렇게들 하신다.

가끔 같은 라인에 사는 아저씨와 한달에 한두번 정도 함께 운동하게 되는 날이 있다.

이 분은 참 잘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체격이 중배엽(  근육질 몸매 ), 키 보통이상에 외모 준수하고
말씀 잘하시고, 서글서글하니 성격 좋고, 눈웃음 작렬까지 ^^
그뿐이겠는가! 운동광이라서 못하는 운동이 없으시다. 사람 너무나 좋아하고 ㅎ

내가 그 아저씨를 싫어할 이유는 없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는 왠지 바람둥이일것 같은? ^^
나와는 상관이 없지만, 와이프는 꽤나 신경이 쓰일 것 같다.

그 아저씨는 함께 운동을 하면 항상 말을 먼저 걸어 오신다.

[ 어제 술을 마셨는데, 어쩌구 저쩌구!
 아는 동생이 위에서 내려 왔는데 그냥 보낼수 없어서 밤새도록 마셨어요
한달에 술값만 해도 80만원이 넘게 나와서 아버지께 용돈 받아 쓰고 있어요 ]

뭐 늘 이런식이다. ^^;;
나의 답변 또한 늘 비슷하다.
[ 피곤하시겠어요! 체력 좋으시네요! 아버님이 부자신가봐요! 그래도 아들이 용돈을 드려야지용 ]
ㅎㅎㅎ

난 남의 일엔 관심이 없다.
상대가 이야기를 하면 그런가보다. 이렇게 생각을 하지. 사사건건 묻지를 않는다.
내 일도 하루 지나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남의 일인들 기억 하겠는가!
내가 스토커짓 할만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 모를까! ^^

그런데, 불타는 금요일!
아저씨가 열심히 운동하는 나에게 말을 걸어 오는 거다.

[ 밖에 나가면 29, 30세 정도로 보죠? ]

오! 마이 갓!
[ 감사 합니다! 감사 합니다!]- 개그콘서트 버젼이다 ^^;

[ 제 나이로 봅니다 ㅋㅋㅋ]
내가 불로초를 먹은것도 아니고,
나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노안도 아닐테고 누가  나이를 팍팍 깍아서 동안으로 보겠는가 ㅋ;


뻔히 립서비스 한다는걸 알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저 외모에 저런 립서비스까지 해주면 여자들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

상대방이 립서비스 해주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수 있나!
건강해 보이고 동안이라고 말할 밖에!
오는게 있으면 가는게 있어야 하는게 인지상정 ^^;


그랬더니 늘 하는 레파토리의 말들을 하시더니
[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그거 하나는 정말 좋더라구요]
[ 왜요?]

[카드 명세서가 이메일로 오잖아요! 마누라 보면 큰일 나거든요]
ㅎㅎㅎ
와이프는 남편에게 한달에 용돈 20만원 주는데, 카드값은 80만원 나오면  눈 안 뒤집힐 사람 있을까? ^^

[어제는 동창들이랑 모임이 있었는데, 카페에 이상한 사진 올려서 올라오는 족족 지운다고 고생했어요.]
[ 그걸 왜 지워요? 그냥 놔두면 되죠? 동창들 만나고, 업무로 술 마시고 그러면 좀 그렇게 놀지 않나요?]

[ 아이고! 우리 마누라 보면 큰일 납니다!]
[ 왜요? ] 난 너무 천연덕스럽게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여쭈었다! ^^;; 아! 진짜 왜???? ㅋㅋ

[ 크게 이상한건 없는데, 마누라 보면 오해 할수도 있으니까요 ] 어캐 놀았길래? ㅋㅋ
[ 보통 여자들, 그런거 다들 이해해 주지 않나요?]

오오오! 소 쿨! ㅋㅋㅋ
이건 어디까지 나 라는 여자의 입장이고, 남편이 여자를 너무 좋아한다거나 너무 사교적이면 아무래도 ㅎㅎ

꼭 그 아저씨가 나에게 작업을 건다는건 아니다.
아저씨와 몇 년째 같은 라인에 살면서, 가끔 운동하면서 느끼는건... ...
정말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술마시고 노는걸 즐긴다는 것이다.

다만, 남자기 때문에 여자 입장에서 잘못 받아들이면 오해의 소지는 충분히 있을 수도 있다.
특히 도끼병이 심한 여자들은 혹시???? 하는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 사람만 보면 좋아서 같이 얘기하고 싶고, 술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들...그런류인것 같다 ㅎ)

그 아저씨를 보면서,
만약 저 아저씨가 총각이라면, 그래서 어떤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 접근을 한다면
저런 립서비스로 다가가면 여자는 뻔한 거짓말인지 알면서도 얼마나 좋아할까? 잠시 그런 생각을 해봤다.

지나친 아부는 자제해야 하지만, 적당한 아부와 립서비스는 상대를 춤추게 만들고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