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년 이전/일상사

인연 끊었던 친구, 다시 전화한 이유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초등학교 동창이랑 일을 함께 하는 상황이었다.

일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가족 계획은 그보다 더 중요했다.
내가 정한 몇년의 터울이란 계획이 있었지만 아이를 낳기로 계획했던
 해에 몸이 아파서 1년을 미뤄야 했다.


첫애도 그랬듯 둘째도 1년을 미루긴 했지만 계획 임신으로 아이를 가졌다.
계획 임신을 할수 밖에 없는게, 살다가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
많은 사람들이 유산을 시킨다...
몸도 약하지만, 유산은 정말 살인행위라는 생각이 강한 나에겐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라 철저한 계획임신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혼전에 회사친구의 부탁으로 산부인과에 따라간적이 있는데
유산하고 초죽음이 되어 나오는 모습을 보곤
절대로..절대로...생명을 지우지 않으리라...다짐을 했었던....

그렇게 임신을 하고, 난 입덧으로 괴로워했다.
첫애때는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아야 할 정도였고,
둘째는 그나마 나은 편이긴 했어도......욱욱~ 하면서 창백한 얼굴로
다녔다.

그렇게 임신을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일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임신이란걸 알게 된 동창은 축하인사 대신에 차가운 시선으로 날 힘들게 했다.

그 전부터 오래토록~
툭하면 약속시간 어기고, 툭하면 돈 빌려 달라고 하고,
툭 하면 보증 서 달라고 하고...
거절해야만 하는
그 모든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동창이라서 묵묵히 봐주고..약속시간
늘상 어겨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고 했는데
임신한 나에게 남극의 펭귄이 날아다니는 눈빛의 그녀...
난 결심했다.
인연을 끊기로....
단 한번도 만날때 마다...일할때마다...기분 좋은 적이 없던 동창녀....
일을 관두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그녀도 나도....그렇게 다른 사람을 통해서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만 듣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같은 하늘 아래 사는데도 불구하고..우연히라도 만나지지 않았는데
어제 갑자기 전화가 왔다

" 아르야?"

사실 내 폰은 계혹 그 번호 그대로다.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지금은 010으로 바뀌긴 했어도 자동안내가 되니까...ㅎㅎ

" 전화한 사람 뉘규?"

" 나야 야....XX"

"뉘규?????"

" 그새 잊어 버렸어? 나...XX"

" 아~ xx ㅎㅎ"

십여년 만에 전화를 한 XX는 안부를 물었고, 전화를 할려고 해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할수가 없었단다...난 그냥 모른척..왜???? ㅎㅎㅎ 그냥....

초등동창생 중 한 마을에 살던 남자애?...그애의 여동생이 얼마전 암으로 죽었단다.....아직 30대 초반인데...
남자애들은 따로이 동창 모임을 하는데, 여자인 우리는 모임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소식을 듣고 보니, 서로간에 너무 무심하게 산것이 좀
후회스럽더라고...

죽기전에 많이 보고 해야 할것 같단다...

임신해서 예민해져 있던 나에게..축하 한다는 말대신 버러지 보는 듯한
그 차가운 시선에...늘 그냥 넘어갔던 나도 사람인지라
그후론 마음 꼭꼭 닫아 걸고 인연을 끊었는데...
그 부분이 XX도 맘에 늘 걸렸나보다....
미운정도 정일까?........둘이 그냥 허허 거리면서 얼굴 한번 보자고 했다...

" 아르야~ 난 여전히 한 미모 한다..너는?"

" 나??? 난 여전히 여~~~영~ 하쥐 ㅋㅋㅋ"

그렇게 얘기 하면서 걍 또 웃었다...둘다 어이 없어서...
지가 지 입으로 이쁘다는데..내가 뭐라하나?
둘다 놀구 있다. 진짜~ㅎㅎ;;

"넌 얘기 들으니까 자원봉사 하러 다닌다며?"

"응."

" 꼭 니한테 맞는 일 하고 다니네 ㅎㅎ 소식은 늘 듣고 있었어~
우리 이번주에 꼭 만나서 차 한잔 하자...알았지..내가 다시 전화할게
그리고 자주 보자!"


그렇게 짧은듯 짧지 않은 통화를 끝내면서...앞으로 자주 만나자고 했다.

다시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십여년 전에 그랬듯 돌아 설때마다..괜히 만났다...만나지 말걸...씁쓸함..
그런 느낌이 들까?
아니면 그만큼의 세월이 흘러....철이 든 모습에...만나길 잘했다...
그런 생각이 들까?....

그리고....
잠시 생각해본다.
배신...배신감....
믿든 믿지 않든 배신 하는 자는 늘상 배신을 한다...
오해에 의한 배신도 종종 볼수 있다...
결국 사람이 나쁘다기 보다는, 처한 상황이...욕심이...
배신도 낳고 하는거니까....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늘 상처로...믿지 말아야지 하면서도....또....마음이 또 먼저 움직인다.

배신을 당하든 그렇지 않든.....사람이 살면서...사람을 믿지 못하고
진심으로 대하지 못한다면...그보다 더 가여운 사람이 어딨을까....
그래서 난...다시 마음을 열어 보련다....아주 조금....
그려러니 할 정도로만...서서히..조금씩...
그렇게 사람을 품고....그릇을 키워가며...늙어 가야 겠단 생각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