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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아들이 생일 선물을 마다한 이유


방학때 아들의 생일이었다.
방학이라 친구들을 초대하지 않는 대신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식사하고
선물을 사줄 계획이었다.

빕스와 뷔페 중 어디에서 먹고 싶냐고 하니 뷔페에서 먹고 싶다고
해서
점심을 그렇게 먹었다.
즐겁게 식사후 집으로 오는 길에 선물을 사주겠노라고
문구점에 갔다.
문구점에 오가면서 봐 놓은 장난감이 있었나 보다.

아빠랑 함께 들어가더니 빈손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 아들~ 왜 그냥 나왔어?"

 "맘에 드는게 없어요 ㅡㅡ"

 아무거나 다른거 맘에 드는 거라도 있으면 골라 오라고 했는데
그냥 집에 가자는 거다.

집에서

" 사실은 맘에 드는 장난감이 있는데, 너무 비쌀것 같아서 말씀을
못드렸어요 ㅜㅜ 
비싸면 엄마,아빠 힘드실거잖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찡했다...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고...그렇지 않은가...
그냥 괜스레 미안해 졌다.

그래서   누나랑 함께 보냈다. 문구점으로...
비싸봤자 얼마나 비싸겠어~
몇만원 쥐어 보내줬더니 잠시후 룰루랄라~ 하면서 돌아온 아들~
입이 귀에 걸렸다. ㅎㅎ

커다란 상자에 든 장난감....

 " 얼만데? ㅎㅎ"

 " 엄마, 사실은요~ 저걸 갖고 싶은게 아니었나 봐요~
다른거 비싸 보이는게
맘에 드는 모양이던데,
가니까 지금 산게 더 맘에 드는지 저걸 고르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사 왔어요...만삼천원 하더라구요~ㅎㅎ"

같이 보낸 누나가 그렇게 얘기 하는 거였다.

 " 아들! 맘에 들어?"

 " 네~ 엄마! 넘 맘에 들어요"

 " 왜~ 갖고 싶은거 얘기 안했어? 생일인데...비싸도 사줄텐데..."

  싱글벙글~이다.

 "S보드도 갖고 싶다면서~?"

 " 그건 다음에요..다음에 사주세요 ㅎㅎ"

 아이들을 앉혀 놓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말한적도 없고
돈 없다고 징징대지도 않았는데
평소의 어리광쟁이였던 막내가 부모생각도 할줄 알고....
이렇게나 컸구나....
이런 저런 생각에 맘이 짠해 왔다.

 한달 벌어서 한달 먹고 사는 서민들의 삶이 다 그렇고 그런거지..
아이들 밑에 교육비며, 기타등등 돈 들어갈 구멍이 갈수록
늘어나서
얼마나 부담이 되는가...
가끔은 부자가 아닌 부모 밑에서 많은걸 누리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미안한 맘...대견스런 맘...고마운 맘이 복합적으로 오갔던
아들 생일.....
지금처럼 아주 조금만 부모 생각을 해 주는 그런 아들로 바르게
자라줬음 좋겠단 생각도 들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내면 안되쥐~

" 아들!  오늘은 니 생일이라서  축하하기는 하는데
엄마 따라 말해라!"

" 뭘요???"    멀뚱멀뚱~

" 엄마! 저를 낳으신다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따라해~"

" 엄마! 저를 낳으신다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따라해"

 

" 쨔샤! 따라해는 빼야쥐~ㅋㅋㅋ ~
그래~ 내가 니 낳느라고 고생했다~ 이노마!
니 커서 돈 벌면 엄마 이쁜옷이랑~ 화장품이랑~
용돈 좀 많이 주라~ 집도 사주구~ 
알았지 아들?ㅋㅋ"

" 네~ 엄마! 많이 드릴게요 ㅎㅎ"

그렇게 세뇌를 시키며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