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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결혼11년동안 아내 생일 한번 안 챙긴 남편

오랜만에 바쁜 친구들이 한데 모여서 술 한잔을 했다.
점심때쯤 친구A가 뜬금없이 저녁에 술한잔 하자고 해서 모이게 된거다. 아직 애가 어려서
밤에 나오기 힘든데, 오늘은 신랑이 애를 봐주기로 했다고...우리가 술 마시자고 그러면
늘 신랑 눈치를 보던 애가 웬일이야???? 했다...;;;

근데 알고 봤더니 A의 생일이였다...
에구...글고 보니...며칠전까지만 해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바쁜일때문에 깜박 잊어
버리고 있었다....ㅜㅜ

A의 남편은 생일파티 같은걸 하는걸 이해를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A는 그럴싸하게
생일 파티를 해 본적이 없다....
A는 우리가 오기전에 생일을 챙겨 주지도 않는 남편이 애 봐주기로 한 시간보다 한시간
이나 늦게 와서 우리와의 약속을 한시간이나 미뤄 화가 좀 났던 모양이다....
나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B랑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조금...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남편을 질겅질겅 씹으며.....

A의 남편은 괜스레 미안했는지, 우리들의 아지트로 케잌을 하나 사들고 맛있게 나눠
먹으라고 주고 갔다. ^^*

생일 축하를 먼저 하고~ 노래를 불렀다.

" 왜 태어~났니? 왜 태어 났니??? 얼굴도 몬생긴게~ 왜 태어 났니???? 따랑해 칭구야~"

내가 부르는 생일축하송은 이러하다 ;;;
몬생긴 사람끼리~ 잘 살아보자꾸나!  건배~ㅎㅎ;;

생일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시댁문제며, 남편 때문에 속이 문드러지고
있는 B의 넋두리가 시작되었다. 친구들이 만나면 누군가는 하소연을 하고..
누군가는 들어줘야 한다..친구들에 비해 일찍 결혼한 난...결혼선배로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겪었는지라....이젠 들어주는 입장이 되었다....

B - 그래도 A야, 니 남편은 미안해서인지 이렇게 케잌이라도 사가지고 오네...울 남편은
결혼 11년째인데.. 한번도 내 생일을 챙겨 준적이 없다.

나 - 진짜?? 니 생일때 축하한다는 말은 하겠지?

B - 아니...그런것도 없다.
내생일 3일전에 시댁에 제사가 있거든, 내 생일 전날이 시어머니 생신이고...미역국 끓이는
것도 그렇고,  내 생일 챙겨 먹기도 그래서 그냥 넘어 간다. 근데, 가끔씩 섭섭하긴 하다.


나- 그러지 마라... 니 생일 니가 안 챙기면 누가 챙기니~ 남편이야 스스로 생일 안 챙겨도
시어머니가 결혼전엔 챙겨 줬을 것이고, 결혼했으면  서로 챙겨줘야지..꼭 생일 선물 주고 받고...그런게 중요한게 아니고, 말 한마디라도 생일 축하한다고 해야 되는거잖아???...
그럼 애들은? 니 생일은 아니???


B - 내 생일을 그냥 넘어 가니까..애들도 모르지...결혼 11년동안 우리 남편은 그 흔한
생일축하 말 한마디 안한다...내가 내 입으로 말하는것도 자존심 상하고..그래서 내 생일은
없는 것 처럼 그렇게 넘어 간다...아무렇지도 않다가...가끔씩 울컥 거릴때가 있다.


ㅡㅡ; 에휴...갑자기 한숨이 나왔다.

그러고보니 친구들 중에 가장 생일을 잘 챙기고, 잘 받는 사람은 나 뿐인것 같다.

나 - B야..... 있잖아....우리 신랑은 무뚝뚝한 편이거든...그런데도 내 생일은 꼬박꼬박 챙긴다....왜 그런지 알아?  난..내 생일 며칠전부터 신랑한테, 애들한테 내 생일임을 세뇌시켜..
애들한테는 몇달전부터 얘기를 한다고 해야 맞는 말이고...그래야 애들도 준비를 하지...;;
그래서 작년에 내 생일 때 울 딸은 용돈 모아서 내 생일 선물 사왔고, 울아들은 돈이 없어서
뽀뽀로 때웠어...신랑은 케잌이나 꽃을 사올때도 있지만, 선물은 내가 거부한다.

사실...선물 받기 위해서 내 생일을 챙기는건 아니고...난 ...기념일 챙기고, 선물하고 하는~
그런거 좀 성가셔 하거든....근데...애들이 보고 배우잖아....
내가 만약 내 생일 챙기지 않으면 나중에 애들이 엄마 생일이 있는지도 모를거 아냐?

우리보다 나이 조금 더 많은 분들...부모님은 그랬잖아...맛있는거..좋은건 자식부터..
그렇게 키웠더니..결혼한 그 자녀가 생선 머리 부분을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거라고 드린거알지??? 그렇게 되는 거잖아....난...그런거 촌동네에서 많이 보고 자라서 인지..싫더라..
내가 남편을 챙기듯, 남편도 기본적인건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애들한테도 이야기 하는거지만..우리 부부가 그렇게 해야 애들도 눈으로 보고 자라서..지네들도 그렇게 하겠지..
남편이 니 생일 챙기지 않는것도 시어른들이 그렇게 하지 않아서 일게야...

니 생일을 니 입으로 말하고, 챙긴다고 자존심 상해 하지 말구, 널리 알려....
지금 당장은 존심 상할지 모르겠지만...하루이틀 살것도 아닌데...니 맘속에 섭섭함이 계속
쌓이면..힘들다.....서로간에...나중에 홧병돼.....ㅜㅜ


A - 우리 신랑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단다...쓸데없이 그런거 챙긴
다고....근데...울 신랑보다 B 니네 신랑은 더하다야..
B야....너는 아르한테 좀 배워라.... 쟤 신랑은 안그런것 같은데 넘 잘하는것 같다야~
물론 아르도 잘하겠지만..매달 만나서 좀 배워라 배워~

나 역시 처음부터 내 입으로 챙기진 않았다...그러고 보면...알아서 챙겨 주긴 했는데..
애들이 태어나고..커 가면서...애들에게 교육?시키기 위해서 좀더 크게 내 생일이 다가옴을
애들한테 각인시키고 있었던것 같다.
사실..난..생일..결혼기념일...그런거 그닥 관심없고...말한마디로 충분한 사람이다.
거추장스러운거 싫어라 한다....하지만..애들이 보고 자라기 때문에...하는 거다...
허구헌날 속 썩이다가 생일날..결혼기념일날....그런 특별한 날만 잘 챙기고, 잘한다면????
노땡큐다~

집과..직장....시부모님들의 호출...육아....에 찌들린 B.....
남자들도 그렇겠지만...여자들도 그렇다..모든게 힘들더라도...
내 남자가 내 편이라면
내 남자가 나를 위해 준다는걸 느끼게 해준다면..
내 남자가 마음의 안정을 준다면..
내 남자가 믿음을 준다면.......챙겨 준다면...굴곡이 있어도 잘 참을수 있다...

11년동안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B......
남편이 선물을 하지 않았더라도...쑥스러워 생일 파티를 하지 않았더라도..
따듯한 문자 한통...따듯한 생일축하 말한마디라도 했더라면.....
B의 가슴의 홧병이 없어지지 않았을까 싶다...별난 시부모님께 스트레스를 받아도...
남편이 따듯하게 감싸 주는 사람이었다면....
생각을 바꾸기에 늦었다기 보다는....서로 대화할 시간도 많이 만들어야 겠고..
바뀌기엔 시간이 좀 걸릴것 같다...

나보다 나이 많은 세대...혹은 내 또래 줌마들...
생일 챙기지 않아 속 끓이는 분들...혹은...포기하고 사는 분들 많이 계심에 좀 놀랐다...
챙겨 주지 않는 생일이라 스스로도 포기 하는 걸 볼때는 안쓰럽기도 하다.
[ 포기는 배추 셀때나 쓰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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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다가온다~ [챙겨줘....]
이 말 한마디 하기가 존심 상하세요???
그러지 마세요...왜? 그대는 소중하니까요...
그런 말은 진지하게 하지 마시고~ 코믹하게 시도 해 보세요
오늘밤... 가족들이 모이면 선포를 해보세요
[ 여러분!!!!!! 조금 있으면 생일이 다가옵니다!  나한테 쓸수 있는 금액을
말씀해 주세욧!!! 그럼 제가 선물을 정해 드립니돠!!!! 선물 안하면 듁어!!! 버럭!]

~~~~폭 닷!!!!  닷!!!!
저희집에서 제가 하는 ^^;;; 그래서 붙은 제 별명 ㅜㅜ

첨엔 좀 낯설거에요...하지만 그렇게 한 해...두 해... 흘러가면...남편도...애들에게도
각인되어 알아서 저장해 두고 기억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기억하거나 말거나~~~ 생일을 앞두곤 계속 그러는 거에요~^^;;

주부님들.....
챙겨 주지 않으면...스스로 챙기자구요....
남편이..애들이...습관화 되는 그날까지~ 쭈욱~~~~우리 생일은 우리가 챙깁시다~^^
오늘밤 준비 ???? 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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