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친해진 친구가 있다.
특별한 매력이 있다기 보다는 편했고, 솔직해 보이는 모습이 좋았던 친구다.
잦거나 뜸한 만남속에서 우린 그렇게 세월을 함께 보내며 추억을 쌓아 가고 있었다.
몇 년 전,
난 어떤일을 하기 위해 공부하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당시 또다시 자주 만나게 된 친구에게 나의 일 얘기를 자연스레 미주알 고주알 하게 됐다.
친구가 궁금해 하는 부분과 혼자 일하다보니 받는 스트레스등을... ...
그렇게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고, 한달에 몇번씩 만나서 식사를 함께 하던 시간이 어느날부턴가는 뜸해지기 시작했다.
두어달 쯤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친구 생각이 나서 점심을 함께 먹게 됐다.
친구와 점심을 먹고 나면, 항상 그 녀석은 자기 집에 가서 차 한잔 마시고 가라고 말을 건네곤 했다.
식사 장소가 친구집 근처였기 때문에...
그런데, 그날은 식사후 친구를 집에 데려다 주는데 이상하게도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것이다.
" 집에 가서 차 한 잔 하고 갈래?"
마지못해 꺼내는 그 말에 이상한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가기 싫다'
는 생각이 컸지만, 늘 그렇듯 차 한잔 마시러 친구 집에 올라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난 왜 그토록 그날따라 친구집에 가기 싫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친구집안, 그 식탁위와 주변에는 내가 하는 일...............그 물건들과 재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정말 표정 관리 안되는 난처하고도 황당한 상황..
내가 아주 잘나가는 추어탕 가게를 하고 있는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친구가 추어탕 가게를 낸것과 같은..
친구의 표정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애써 태연한척 하면서 자기는 이 일을 하기 싫었는데, 신랑이 거래처 사람들에게 선물로 준다고 자꾸 만들어 달라고 해서 어쩔수 없이 만들다보니 이렇게 됐다는 핑계를 대고 있었다.
누가 뭐랬나?
그냥 웃었다...그럴수도 있지..뭐...말은 그렇게 했지만, 씁쓸한 마음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태연한척 표정 관리하면서 아무렇지 않은척 하느라 고생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는 들켰으니 배 째라는 건지...그 때부터는 자랑질에 여념이 없었다.
친구집을 나서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던 순간, 내 마음의 문도 함께 닫혀 버렸다.
며칠후 다른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하게 됐다.
속상한 마음에 뒤통수 때린 친구 얘기를 했더니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내 친구들...눈이 뒤집혀서 개거품을 물었다.
" 내가 그 년 조심 하라고 안하디? 언젠가 뒤통수 칠거라고 했잖아!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오게 생겨 가지고선 뭐냐? 응? 내가 그 년 한테는 사소한것 까지 얘기 하지 말랬는데...아휴....그년 내 눈에 보이면 그냥 콱!"
내 친구들은 죄다 B형이다.....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파르르 거리는...
" 너 걔한테 전화해서 인생 그런 식으로 살지 말라고 해라! 작은 동네에 함께 살면서 어떻게 친구가 하는 아이템을 그렇게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할수가 있니? 아무리 탐이 나고 그래도 그건 아니지...친구가 하는 가게 옆에 가게 차리는것과 뭐가 다르니? 그게 친구니? 전화해서 야단치고 인연 끊어라! 그딴 친구 절대 필요없다"
친구들은 너나 할것없이 뒤통수 친구에게 화살을 퍼부었다.
친구들의 의견과 상관없이....난....뒤통수 친구집에서 나올때부터 마음이 굳게 닫혀졌기 때문에 더이상 만나고 싶지도, 목소리 듣는 것도 싫었다.
그렇게 2-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뒤통수 친구와 난 문자 한번 주고 받지를 않았다.
난 배신감에 보기 싫었고, 그 친구는 일말의 양심이란게 있어서 미안해서 먼저 연락을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그 친구를 2-3년만에 보게 됐다.
며칠전 재래시장 장엘 가게 됐다.
차에 내려 문을 잠그고 걷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되돌아 가고픈 마음이 들었다..하지만..이왕 나온김에 장 보고 가야지....
내키긴 않았지만 재래시장을 향했다.
( 항상 그렇다..살짝 스쳐 지나가는 귀차니즘과 반대되는 감정이 생기면 따라야 하거늘....그렇지 않으면...?)
시장을 거닐때면 뭔가를 유심히 쳐다보진 않는다..사람이든 물건이든...대충 훑어보며 지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유독 한 사람이 눈에 들어 왔다.
모두들 앞을 보고 가는데, 유독 눈에 띄는 그녀는 아이를 향해 몸을 구부려 뭔가를 챙기는듯 한 제스처를 취하며
땅을 향해 시선을 두고 걷는 거였다.
낯이 익다.....
뒤통수 친구였다.
내 옆을 지나가는데, 난 굳이 불러 세우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인양 지나쳐 갔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땐 그 친구가 나를 피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내 마음이...내 속이 좁아서 내가 그냥 애써 외면한다고 생각하며 지나쳤다...
그리고, 울 딸의 심부름으로 옛날과자를 사고 몇개 주워 먹으면서 또다시 걸어 가는데
또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그런데, 또다시 그 모습은 아이를 돌려 세우며 애써 땅을 보며 보면 안될것을 피해가는 모양새로 급히 가는 모습..
그때 느꼈다...
처음 봤을때, 내가 그녀를 보기 전에 그녀는 나를 먼저 봤구나.
그래서 일부러 아이에게 뭔가를 해주는 것처럼 내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구나..
그리고 내 동선을 피해서 사잇길로 왔는데, 또다시 마주치자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가는거였구나..
사실, 옛날과자를 사고 있는데, 비가 조금씩 내려서 사장님이 천막을 치느라 계산이 늦어지고 있었다.
과자를 담고, 천막 치는 사이 난 과자를 조금씩 먹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상 계산을 해보면 그 친구가 사잇길로 오고, 내가 옛날 과자앞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지 않았다면 다시 마주치지
않았을 것이다...그걸 친구는 계산을 하고 온것 같은데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글구...세번째는 가게 안에 들어 갔을 때인데 가게 앞을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뒤통수 친구는 2-3년만에 내 앞을 죄 지은 사람의 모습으로 지나가 버렸다.
2-3년전 내 뒤통수를 치고, 씁쓸한 내 표정을 봤는지 못 본건지...그 친구는 어디서 점을 봤는데, 자기는 어떤 장사를 해도, 어떤 일을 해도 사주에 돈도 많고, 인복도 많아서 부자가 될거라고 자랑을 늘어 놓았었다.
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해서 돈을 벌고, 배신해서 돈을 번다....지금 당장 부자는 될지 모르나
지은죄는 분명 어떤 식으로든 값을 치르게 돼 있다..
(사실 피눈물은 아니다. 그냥 배신감이다...)
어릴때 어른들이 늘 말씀 하셨다.
맞으면 억울하지만, 맞은 놈은 발 뻗고 잘수 있어도 때린 놈은 발 뻗고 잘수 없다는 말...정말 맞는 말이다.
그 친구가 지금 어느 정도의 부를 누리고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시선이 두렵고 거북해 피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2-3년 전의 자신의 욕심에 20년이 넘는 우정을 깨버린 뒤통수....
그 죄값이란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기에 나를 피해 그리 도망간거...그게 아닐까 싶다.
누구나 말이든 행동으로 상대의 마음을 화나게 할수도 있고, 아프게 할수도 있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아픔을 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도된 것은 아니었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치만...그 친구는 분명 의도된 것이었다.
잘 나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자기도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잘할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생겨서
그렇게 배신을 때렸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진가는 돈 앞에서 나타난다고 하더니....정말 그런가보다.
돈관계에 있어서 더러운 인간은 절대 상종하지 말라고 하지 않던가!
내 돈을 떼 먹은건 아니지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우정도 헌신짝처럼 던진 뒤통수 친구..
만약, 그 친구가 먼저 아는척을 해 왔다면, 난 또 아무렇지 않은척 반갑게 맞아 줬을 수도 있다.
가끔 생각이 나곤 했으니 말이다...물론, 그전 상황처럼 속마음을 터 놓을수는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스스로 위축되고, 불편해서 피하는데......내가 무슨 성인군자라도 되는양 먼저 아는체 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겠는가!
인간관계란 그러하다..
내가 배울점이 있고, 나보다 나은 사람, 나보다 그릇이 큰 사람과 어울려야 몸과 마음과 생각의 그릇이 커지는 법이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좋은 것만 보고 희망을 갖고 웃으며 사는 사람 곁에 있어야 내가 행복해 지고 발전이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믿을수 있어야 곁에 있고 싶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굳이 곁에 있을 필요가 있나?
그게 아니기 때문에 굳이 불러 세우지 않은게다..
누군가는 말했다.
행복하게 살고 싶고, 성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1%라도 부정적 사고를 하고 게으른 사람 곁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난 행복하게 살고 싶고, 멋진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나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고 싶다.
입만 열면 불행하고, 입만 열면 징징 짜고, 얼굴은 늘상 찡그린 상태에 욕심만 덕지덕지 붙어서 베풀줄 모르는 삶을 사는 사람....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래서 난... 뒤통수 친구의 땅을 보며 몸을 구부리며 걷는 모습을 보면서 또다시 느꼈다...
아직은 아니구나...
하지만, 니가 먼저 나를 찾는다면.....난 언제든...웃어줄 마음의 여유는 있다고...혼자 중얼거린다.
그리고, 새삼 느끼고 또 느낀다..
맞은게 낫구나! 내가 때렸으면 어쩔뻔 했니? ㅎㅎ
맞을땐 아프고 화가 나고 배신감에 치를 떨었지만, 도망 다니지 않아도 되니...이 얼마나 편한 삶이던가!? ^^
세상....때리기 보다는 차라리 맞아주자...
모르고 맞으면 아프겠지만....알면서도 맞아주면....씁쓸하고 아프긴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마음은 편하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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