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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한달 중 가장 행복한 날


언제부턴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하루하루가 더디게 가던 시간들이 어느순간 빨리 가기 시작했다.
종종 더디게 가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늘 그렇듯 하루는 빨리 지나가 버린다.
빨리 지나가 버리는 하루만큼 한달이란 시간도 빨리 지나가 버리고, 아침에 눈을 뜨면 외출 준비를 하게 된다.

엎어지면 코앞.....자가용으로 5분이면 도착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가용으로 한시간을 달려와야 하는 사람도 있고
멀리서 KTX를 타고 두시간을 달려 와야 하는 분도 계시다. 회사 근무시간까지 바꾸면서 말이다.
그렇게 20여년을 자원봉사 하신 분에 비하면, 난 아직도 햇병아리 자원봉사자 일 뿐..

하지만...애육원에 첫 발을 디딘 이후...난 한번도 ...한달에 겨우 한번 뿐인 애육원 봉사지만...빠진적이 없다.
청소봉사는 평일..매주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이곳은 이상하게 빠지기가
싫어서...여름휴가도 미루고 참석을 한다..

습관이다....내가 그곳을 가는건....
그렇게 눈을 떠..습관처럼 애육원엘 갔다..
교회 간 아이들을 제외하곤 모두들 즐겁게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그리고 울 회원님들도...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재료를 장만하기 시작한다.



이번달 메뉴는 닭볶음 + 콩나물국 + 수박,음료, 호두과자

지난달에 음식이 좀 모자랬나??? 기억이 나진 않지만..총무님은 이번달엔 닭이 저렴한 관계로 푸짐하게 먹고
남을 정도로 재료를 많이 준비 해 오셨다.

자원봉사자들이 크게 늘지도 않지만..많이 줄지도 않고...고만고만하게 일손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은 늘 참석을
한다.

유난히도 매웠던 양파를 까면서 눈물을 흘리고...양념장을 만들면서 입이 너무나도 많아서 산으로 가기도 하고
한달만에 만난터라 이런 저런 이야기 보따리 풀면서 우린 하하호호 웃으면서 일을 했다.

큰 솥 가득한 닭을 옮겨야 하는데 남자회원들은 아무 생각이 없구...성질 급한 내가 번쩍? 들어 옮기니까 모두들
놀랜다...." 헉...무슨 힘이 그렇게 세요?"
" 남자들이 아무도 안하니까 글찮아용....제가 월매나 연약한데용 ㅡㅡ;"
무쇠팔! 무쇠다리인 내가 해버렸다 ㅜㅜ;;
헬스 해서 생긴 근육의 힘! 이럴때 안쓰면 원제 쓰나 ...늙어 골병 들려나 ㅋㅋ;;



모두들 알아서 재료 다듬고, 양념 만들고 혹시나 해서 양념한 닭을 조금 볶아서 먹어 봤다
캬아! 이맛이야! 생탁 한잔 주세용 ^^;;
이럴땐 정말 생탁이 땡긴다..
" 아르테미스는 술도 못 마시면서 무슨 또 술타령? 주면 못 마실거면서..."
총무 언니 글케 말하지만...생탁은 다르다규! 내가 마시기 싫은 건 화학냄시 나는 쇠주라규 ;;

모두들 맛있게 된 닭볶음을 먹으면서 술한잔 간절한듯한 표정과 말 ㅎㅎ;;
차만 안가져 갔으면 술한잔 마시고 싶었다~ 벌건 대낮부터...늘 그렇게 마시지만  ㅡㅡ;

아침 굶고 오신 회원님이 계셔서 라면 두개 끓여 가지구~세명이서 애육원 쉰 김치 꺼내놓고 후루룩~냠냠 ㅎㅎ;;
갈수록 우리의 염치는 없어지고 있지만...담에 더 많이 사다 드릴게용..김치 쪼매만 묵었어용 ^^''



" 종쳐라!"  ~~~~~~~~~~~~~~~~~
아이들에게 식사시간임을 알려주는건 종소리...
그렇게 배식을 하는데..아이들이 전부 밥을 조금만 달라는 거다 ㅡㅡ;
잉....맛있는데..왜 조금??? ㅜㅜ

그랬는뎅~ 애들이 맛있다고 넘넘 잘먹는 거였다.
이럴땐 정말 보람을 느낀다...
배식이 끝나고, 생일축하 파티를 하면...울 회원님들도 식사를 하신다..
모두들 얼마나 맛있게 잘 드시는지...
그런데...난...밥 안 먹었다...흑흑....ㅜㅜ
왜??
아까아까~ 라면 쪼매 먹고~아찌가 가져오신 호두과자 두세개 쥐어 먹고~ 수박 썰면서 주워 먹고~ 닭 몇개 주워 먹고..

점심 시간 다른 회원들 식사할땐~열심히 닭볶음만 묵었다~ 얼마만에 먹는 개기인가! 함시롱;;;;

뻔뻔스럽게 날 못본 회원님께 한마디를 하면서 말이다.
" 밥...드셨어용??? 전 밥..안..... 먹었어요ㅜㅜ"
" 아니..왜요? 밥이 없어요?"
" 밥 안 먹고 개기만 묵었어용~ 하하하"
우씨! 하는 회원님 ㅋㅋ
글케 밥 먹으면서 우리는 또 웃었다...




우리가 식사 준비를 하는동안 조금만 움직인 회원님들....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온 고딩은 설거지를 했다.
봉사시간도 적립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도 많아서 좋다고 하는 아이들....보고 배우는게 참..기특하다..
나 역시 울딸 데리고 가고 싶지만....같은 학교 다니는 애가 있어서...그애 상처 받을까봐 오고 싶단 울애..
오지 말라고 했다... 내 아이 교육시키자고...그 아이...상처 받게 하고 싶진 않아서..



열심히 설거지 하시는 회원님들을 바라 보면서....쉬는 회원님들은 복지사샘이 주시는 냉커피를 마셨다
커피에 설탕만 넣은 짜가어메리컨~스타일의 커피와 다방커피~ 골라 드삼 ;;

지난달 보다는...이번달이 더 즐거운것 같다.
회원님들 컨디션도 좋아 보이고..조금씩 삐꺽거리는 기싸움도 없고...마냥 즐거웠다.
난...이런 기분이 참..좋다...
할 일을 마친 뒤...느끼는 뿌듯함....운동 후 느껴지는 상쾌함...그리고 나른하게 기분 좋은  이 느낌...
이달 중...가장 행복한 날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