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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학생 봉사의 문제점-엄마가 자녀 대신 봉사점수를?


학생들 봉사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장애인 시설에 매주 청소를 하러
가면 학기중에는 가끔씩 고등학생들 벌점 때문에 봉사활동 나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학교마다 규칙을 위반했을 경우에 학생들에게 벌점을 주잖아요..벌점이 많을 경우는
벌점을 감하기 위해 시설에 봉사를 보내는 경우도 있더라구요...그런걸 보면서 참 괜찮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제가 학생들 봉사에 대해 좀...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난달에 애육원에 봉사를 갔었어요. 이웃님들은 아시겠지만, 애육원에 점심을 해주잖아요..
저희 모임은 원래 순수한 모임입니다...대기업에 다니시는 분이 회사에 기금을 만원 내면
회사에서도 만원을 적립해서 직원들이 자원봉사를 할 경우 조금 지원을 해주거든요.
그 지원금에 저희들이 회비를 내서 아이들에게 점심을 해 준답니다.... 자원봉사 점수를
적립한지도 이제 한 3년쯤 되나? 그래요... 점수에 목숨거는 사람없고, 저 역시도 점수가
쌓이면 뿌듯하기는 한데, 그닥 필요치는 않아요...
그런데,
작년 후반부터 학생을 데리고 엄마들이 저희들 모임에 오기 시작했죠.
그때는 별루 신경을 쓰지도 않았었는데, 지난달 모임에서 좀 뒤틀리기 시작했어요.

아줌마 한분이 새로 오신거에요...그러려니 했는데...
애육원 아이들 점심 먹고, 설거지등 뒷마무리하고 난뒤에  다음달 메뉴 정하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새로오신 아줌마가 아이의 봉사 점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에요.
자기는 다른곳에서 봉사를 했지만, 그곳은 아이가 봉사할 곳이 못되고, 시간을 적립해 주지
않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거에요...그래서 확실하게 아이의 봉사시간을 적립해 주면
이곳에서 자기도 함께 봉사를 할것이고, 아니면 다른곳을 알아 봐야 한다고 말씀은 하시는데
말씀하시는 말투나 의미가 거의 저희 모임에 강요를 하듯 하시는 겁니다.
더 웃긴건
새로오신 그 아줌마랑 함께 오신 몇달 안된 회원분이 계세요..
알고 보니 같은 반 엄마들이었는데요...
두분이서 대화했던 대화 내용이
" 여기서 애들 봉사 점수 얻기 쉬워요.. 회원 회비 만원내고..애들은 할일이 없잖아요
우리가 대신 주방에서 일하면 되고, 애들은 그냥 애육원 애들한테 가서 놀다가 적립시간 5시
간이면 그저에요 "
" 그렇죠? 잘됐어요. 일이야 우리가 대신 해 주면 되는거죠 "

저희 모임에 오래되신 회원님이 이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뒤로 넘어가는줄 알았답니다.

모임에 실질적인 종합적인 일을 담당하시는 아찌는 마음이 여린데다가 우유부단한 면이
있어요. 그런 아찌가 지난달부터 학생들 봉사 점수 적립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시고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회의를 하자고 하셨는데, 새로오신 아줌마가 거기에 딴지를
거시는 거에요 ^^;;

여튼
새로오신 아줌마 입김이 너무 센 바람에 기존에 오래된 우리 회원님들 말도 안 통하고 짜증도
나는지 전부 밖으로 나가 버리시더라구요...물론 기존 회원중에는 유들하게 봉사 점수 그냥
적립해 주자고 하시는 분도 한분 계셨어요...근데..그분 애들은 유치원생, 초등 2학년인데
늘 데리고 애육원에 오시거든요. 그 아이들에게도 봉사 점수 적립시켜 달라고 예전에 아찌한테
그랬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그분은 적극적으로 무조건 애들이 오면 회비만 내면 봉사 점수 적립해 주자~
새로온 아줌마는 그 말에 대환영이고 ㅡㅡ;

저두 살며시 짜증니 나서
밖에 나가버린 회원님들 따라 나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까 모두들 새로오신 아줌마처럼
봉사 점수 적립해 주기 위해서 오는게 싫다고 하더라구요
저희들의 순수한 봉사모임이 이상하게 변해가는게 싫다는 얘기죠..

그래서...제가 욕 얻어 먹을 요량을 하고 새로오신 아줌마랑 아찌랑 이야기 하는데 끼어서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 아찌...우리 모임은 순수하게 시작했잖아요...아찌는 거의 20년을 이 모임에서 봉사를 하셨고
전 겨우 몇년 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 봉사 점수에 목숨거는 그런 모임 아니었잖아요...
봉사점수 없어도 괜찮은 사람들이었잖아요...저 역시도 이젠 울애 봉사 점수에 신경을 써야 하는
입장이지만..솔직히 이곳에서 별루 일도 안하고 봉사 점수 얻는 건 그닥 반갑지 않아요..
애육원은 아이들이 있는곳인데...그곳에서 아이들이 봉사 점수를 받는다....이건 아닌것 같아요..
우리 그냥....애들은 회원이라고 할지라도 봉사점수 주지 맙시다...애들을 데리고 오는 회원들은
그냥 삶의 본보기로 보여 주는것만으로도 좋은 교육인거에요...보고 바르게 자라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인거죠...봉사 점수는..장애인시설이나 노인복지 시설에 가서 땀흘려 가면서 봉사 점수
받으라고 하고..우린 순수하게 갑시다"

제 말에 새로오신 아줌마는 눈 튀어 나올듯이 쳐다 보더군요 ;;;
요즘 애들이 봉사할 곳이 없을 뿐더러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봉사할 시간은 더 없다는둥
자기가 이곳에 이렇게 왔는데, 다음달부터 안올리도 만무하고~ 계속 올거라는둥~
그렇게 말씀 하시면서 아이들도 봉사 점수 적립되게 해달라고 하더라구요 ;;;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씀드리니까..
그러면 봉사 점수는 안되도......아이가 이곳에서 계속 봉사를 하게 할테니까....모임자체에서
확인서 같은건 끊어 줄수 있냐고 하더군요...;;
그 이유인즉...아이가 나중에 대학에 갈때 자기 소개서에 봉사한곳을 적을텐데..단순하게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다닌것 보다는, 한곳에서 꾸준히 오래토록 봉사를 위한
봉사를 했다는걸 보여 주면, 아무래도 플러스 요인이 아니겠냐고 하더라구요 ^^;;

제가 한마디 했습죠..
내가 만약 대학관계자라서 그런 자기 소개서를 보게 된다면....나 같으면 인정해 주지 않을것
같다 라고 말이죠...
아이들이 있는 애육원에서 아이가 봉사를 한다???? 애육원 아이들이 상처 안 받으면 다행이죠.
장애인 시설이나 노인복지 시설 같은데서 오래토록 자원봉사를 했다면 몰라도....;;;
그런데도 그 아줌마의 집착?은 그치지 않더라구요...
결론은.....
아줌마.....아이를 좋은 대학게 보내기 위해서 저희 모임에서 봉사 점수도 얻고, 자기 소개서에
한곳에서 오래토록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했다~ 그런걸 보여 주고 싶어 하는것
같더라구요 ;;;
자꾸만 물고 늘어지는 통에 먹먹해져 오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수 있나요? ;;;;
[ 내 아이도 이젠 봉사 점수를 신경 써야 할 시기다...이곳 애육원에도 서너번 왔다. 하지만
동갑내기들이 은근히 존심 상해 하는것 같고, 피하는게 눈에 보여서 오지 말라고 했다.
단순하게 봉사 점수를 생각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데리고 올수 있겠지만, 이곳 애육원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오는 우리 아이를 보면서 소외감을 더 느낄것이다..그걸 알기 때문에 더이상
우리 애를 데리고 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곳에서 우리 아이가 할 일이 없다..애들과 놀아 주는거??? 그건 이곳 애들끼리도 잘 논다. 여기 애들이 상처 받지 않는게 더 중요하다...우리의 욕심
때문에 자라는 애들..그냥 있어도 상처 받는 아이들인데, 거기에 덤으로 상처를 더 주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그리고, 우린 봉사 점수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순수한 마음...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고 조금의 힘이 되면 그걸로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까지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왜곡 되는게 싫고..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 봉사 점수를 위한)
이 올텐데..감당이 안될것 같다. 그래서 학생은 무조건 봉사점수에서 제외시킬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봉사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기 때문에 ]
뭐..이런식으로 얘기하고..아찌께도 무조건 학생들은 봉사 점수에서 제외시키고 순수한 뜻
그대로 가자고 했어요...

새로오신 아줌마..뒤에서 욕을 하든 말든 상관없이....자기 애 봉사 점수를 위해선 물불 가리지도
않고, 누가 상처를 받든 말든 상관도 없고, 자기가 대신 주방에서 일하고 회비내고~아이는
그냥 편하게 놀다가 챙겨 주는 밥 먹고, 봉사 시간 5시간 챙기고~ ;;
그런 모습이 싫더라구요 ;;

자식을 키우는 방법이 다르고, 교육관이 다르니 뭐라할순 없지만...
전 좋은 대학이나 공부보다는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새로오신 아줌마가 애를 위해서 편법적으로라도 할려는 그런 모습이 많이 거슬리더라구요;;

제 롤모델이신 언니가 계신데..
이분은 저와 함께 매주 봉사를 하시거든요..
절대로 봉사시간을 대신해서 찍어주는 법이 없어요..
학교에 제출할 봉사 시간이 10시간이면 방학때 장애인 시설에서 일을 하게 하고 그만큼의
시간을 받아가게끔 하시거든요..
물론 제가 가는 장애인 시설에서는 저희가 아무리 오래 봉사를 했어도 시간을 더 늘려주거나
그러지도 않지만요..^^
그래서 인지..언니 아이들은 참..착하답니다..
첫애는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둘째는 공부 빼고는 완벽하다고 ^^;;
지금은 둘다 대학생이 되었지만...
공부보다는 인성에 중점을 두고 아이를 키웠었거든요..
저역시 그런걸 우선으로 하는 편이라...제 롤 모델이랍니다..
그런 모습을 보다가....편법을 써서라도 그렇게 할려는 아줌마를 보니...좋아보이진 않죠...

제가 너무나도 단호하게 잘라서 말해 버려서...아마두 새로온 아줌마랑 몇달된 아줌마랑
뒷담화를 할것 같긴 한데요...뒷담화가 무서운게 아니고~ 어차피...살다보면~
잘해도 욕 먹고, 못해도 욕먹고~ 그런거니까....별 상관은 없지만...
그런 마음으로 오는 분들 때문에...모임의 의미가 퇴색되는건 정말 싫거든요...

제 생각이 짧을수도 있고, 잘못됐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는 시각과 생각에선 새로운 아줌마를 이해 하기 힘들구요...
아이를 그런식으로 키우고 싶진 않아요.. 웬지 좀....비양심적인것 같고..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아이의 봉사 시간을 위해서 대신해 주실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