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감자를 심은 지도 몇 해가 지났다.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작황을 보고 있으면 감자는 심은 만큼, 돌본 만큼 수확하는 작물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올해는 비닐멀칭 없이 유기농 방식으로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닐 멀칭을 했었는데, 잡초를 보면 심란해지기 때문이다.
1. 홍감자 수확시기
수확 시기를 판단할 때는 줄기 끝이 힘을 잃고 누울때다. 잎이 누렇게 바래고, 땅 위로 감자의 윤곽이 드러난다.그럴 땐 하루 이틀 날씨만 더 살피면 된다. 비 오기 전 맑은 날을 골라 흙을 걷어 올리면 촉촉하고 단단한 감자가 줄줄이 달려 나온다.
감자는 하지 전후, 6월 중하순이 수확 적기다.장마를 넘기면 껍질이 약해지고 저장성도 떨어지니 팔아서 남기고 싶다면 수확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건 수확시기를 놓쳐 장마비라도 맞으면 맛이 없어진다는것.
2. 유기농 감자밭에서 배우는 것들
감자를 유기농으로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수고가 많이 들어간다.하지만 흙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키우다 보면 결국 뿌리도 사람도 편안해진다.
올해는 일부러 비닐멀칭을 하지 않았다.잡초가 걱정되었지만, 평소와 다른 방법을 적용시켰다. 작년까지만해도 120cm 무공 검정비닐을 씌웠다. 그래야 풀을 막을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곤, 골에는 제초매트를 깔았고, 감자 구멍 사이로 올라온 풀만 뽑으면 됐었다.
이번에 멀칭하지 않고 좁게 감자가 한줄로 심어지게 했다. 그리고 감자싹이 커서 골을 덮을때까지 가볍게 두번 김매기를 했다. 풀은 어릴때는 슬슬 긁어 주기만 해도 죽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풀을 그대로 놔둬서 뿌리가 커지면 힘도 시간도 몇배로 들기 때문에 무조건 어릴때 긁어야 한다.
감자에 물주기
봄감자는 잘라서 심기 때문에 심고 바로 물을 주면 썩을 가능성이 높아서 주지 않는다. 하지만 싹이 올라오면 물을 줘도 된다. 시기를 잘 맞춰 물을 주면 싹이 균일하게 올라와서 보기에도 좋다.
또한 꽃이 피기 시작하면 알도 비대해지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꾸준히 물을 주는게 좋다. 한번에 듬뿍 주기보다는 적당량을 주고, 마르면 또 주는게 득이 된다.
중요한건 계속 일정 주기로 물 공급을 하다가 수확시기 열흘 정도를 남겨두면 끊어야 한다. 그래야 저장성도 좋아지고 맛도 좋다.
3. 감자꽃은 그냥 두는 편이 낫다?
감자를 키우다 보면 꽃이 핀다. 흰색, 연보라색 작은 꽃들이 이른 여름 바람에 흔들릴 때면 수확이 머지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초보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감자꽃을 따야 하느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반은 따고 반은 따지 않는다. 적게 심었을때는 제거를 하지만, 많이 심었을때는 일일이 따지 못한다. 올해처럼 말이다.
꽃이 영양을 분산시킬 수는 있지만 텃밭 규모라면 수확량에 큰 영향은 없기 때문에 패스해도 무관하다. 다만 시험 삼아 반은 따고 반은 두고 비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스스로 키우는 텃밭의 재미는 이런 작은 실험에서 쌓이는 것이니까.
4. 웃거름은 타이밍보다 상태를 본다
홍감자는 비교적 생육이 빠른 편이라 거름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된다. 초기 밑거름만 잘 주고 나면 중간에 별다른 영양제 없이도 잘 자란다. 다만 비가 잦거나 싹이 유난히 작을 경우엔 5월 초쯤 웃거름을 한 번 준다.
보통은 감자꽃이 피기 직전이 타이밍이다. 뿌리가 움직일 때 필요한 영양을 보충해주면 감자알이 더 단단해지고 크기도 균일해진다. 무조건 정해진 날짜에 웃거름을 주기보다는 잎의 색, 줄기의 탄력, 주변 환경을 함께 본다. 식물도 사람처럼 상태를 보고 대응해야 한다.
5. 가을감자, 심어볼 만한가요?
봄 수확이 끝나고 한숨 돌리면, 자연스럽게 가을 감자 생각이 난다. 하지만 대부분 텃밭에서는 봄 감자까지만 재배한다.그만큼 가을 재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씨감자 확보다. 적합한 품종이 드물고, 심는 시기인 8월은 고온다습한 시기여서 싹이 트기도 전에 썩는 일이 많다. 그럼에도 나는 한 번쯤 도전해보는 걸 추천한다.
단, 조건은 분명하다.
- 자르지 않고 심을 알감자일 것
- 씨감자 전용이 아니라도 잘 보관해 둔것
- 싹을 내서 심을 것
- 흙 위에 너무 깊이 묻지 말 것
남부지방은 8월 중순경부터, 중부 기준으로 8월 상순이 심기 적기다. 장마가 끝난 직후, 바람이 불기 시작할 즈음이 가장 적당하다. 수확은 11월 초 전후로 이뤄진다. 봄감자와는 다르게 조금 작을수도 있다.
6.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감자는 자라는 동안 별말이 없다. 물 달라고 소리도 안 내고, 꽃도 조용히 핀다. 하지만 수확 시기는 분명히 몸으로 말해온다. 잎이 누르고 줄기가 스스로 누우면, 그때가 바로 꺼내줄 타이밍이다.
가을감자든 봄감자든 이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전부다. 적당한 땅, 적당한 시기, 적당한 손길, 그 위에 감자는 스스로 열매를 내놓는다.
요약
- 홍감자는 하지 전후, 6월 중하순이 수확 적기이다
- 유기농으로 키울 경우 물 조절과 통풍이 관건이다
- 감자꽃은 꼭 따지 않아도 무방하다
- 웃거름은 생육 상태를 보고 선택적으로 준다
- 가을감자는 실패율이 높지만 적절한 품종과 방법을 따르면 도전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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