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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아파트 꼴불견 이웃



사람과 사람이 사는 곳엔 항상 사람이 문제인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감동시키기도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게 만들기도 한다.

낯갈이가 심한 나는, 사람을 잘 사귀는 편도 아니고, 더디 친해지고...
성격상, 체력상, 문어발식 사귐...그런걸 잘 못한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 10년 정도 살았었던 같다.
첫애만 있을때는 직장 생활을 겸하고 살아서 이웃이 누군지만 알았었고, 왕래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다 둘째를 낳으면서 자연스레 백조가 된 난, 자연스레 이웃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대부분 나보다 한살에서 5-6살 많거나, 심하겐 열몇살이 많은 언니들이었다.

아파트 줌마들이 모이면 어떻게 노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적극적으로 어울렸다.
하지만...많은 일들이 환상?을 깨어 버렸다.


#1 우리집은 여관?

[딩동]
아침에 신랑이 출근하자마자 놀러오는 줌마...
기저귀에 우윳병에 아기띠에 짐이 한가득이다.
그렇게 줌마는 하루죙일....신랑이 퇴근해서 올때까지 논다..
이야기 하다가..피곤하면 누워서 자다가....ㅡㅡ;
내 시간이 없었다....


#2  나는 보모??? 우리집은 놀이방???

[띠리리리리~]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아르야, 민아언니]

[네..언니..]

[있잖아...나...오늘 산부인과 검사하는 날이거든....애 데리고 갈려니까 버스 두번
갈아 타야 하고..
넘 힘들어서...임신했는데..애까지 어떻게 데리고 가니...니가 두
세시간만 좀 봐주라..]

나도 임신해서 힘든적이 있지 않았던가...

[네...그러세요]

10시쯤 아이를 맡겨 놓고 병원에 간 줌마는....오후 5시가 다 돼서야 돌아 왔다.

 [ 아르야, 미안해...병원 갔다가..진료는 일찍 끝났는데, 볼일이 일어서 일좀 보고 왔어 ]

ㅡㅡ;
그렇게 일주일에 2-4번은 기본으로 아이를 맡기는...염치는 어디 갔는가...ㅡㅡ
차라리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지....
놀이방비 아까워 공짜로 이웃에게 허구헌날 맡기는 ㅜㅜ
그리고 애가 조금이라도 다친게 보이면 화만 버럭 내고...ㅡㅡ;
몸이 안 좋아서 못 봐준다고 그러면 억지로 팽계 치다시피 하고 가버리고 ㅡㅡ;;


#3 
나는 밥순이? 물주?

 하루종일 놀다보면, 점심을 먹어야 한다.
우리집에서 놀면, 주인인 내가 점심을 해 드려야 하는 상황..
점심때가 되서 냉장고에 있는 반찬..대충 차려서 밥 먹자고 그러면, 이런 저런 핑계로...
시켜 먹자고 그런다.
누가 내겠단 말도 없이..일단 시키고...배달오면 아무도 계산을 하지 않는다..
계산은 누가??? ㅡㅡ;


#4  아르기사~ 운전해!

신랑 사무실에 주차할 곳도 부족하고, 애 때문에, 다른 일로 자주 차를 써야 하는 난,
신랑을 출퇴근 시켜 주는 처지...아직도 버스를 탈려면 귀미테를 붙여야 하는 저질 몸...
낮엔 항상 아파트 주차장에 차가 세워져 있었다.

띠리리리~

[여보세요]

[네]

[아르야~오늘 xx마트 기저귀 세일 하더라. 우리 기저귀 사러 가자..다른거 구경도
좀 하고..]

[지난번에 사 놓은것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안가도 돼요 ㅎㅎ..다녀 오세요]

[아니...xx마트가 너무 멀잖아...차 두번 갈아 타야 하고..애 데리고 어떻게 가니..
니차 있으니까 같이 갔다오자..바람도 쐬고...]

한두번이 아니다...기름은 공짜더냐 ㅡㅡ;

[가기 싫은데..살것도 없고...]

[니 지금 차 있다고 유세하나? 그깟 차, 운전 좀 해서 다녀오면 서로 편할텐데, 왜 그러니?]

ㅡㅡ;  가만 있다가 벼락 맞는 기분....
난 아르기사~ 공짜로 차 태워주는 아르 기사! 때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는 아르기사~;;;



#5 
험담 말고는 할 얘기가 없어

서너명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화기 애매하게....ㅜㅜ
A가 화장실을 간다.   낮은 목소리로 B가 A를 욕한다
[ 있잖아...A는 신랑이랑 자주 싸운대...어쩌고 저쩌고..]  ㅡㅡ;
그러다가 B가 화장실을 간다.
A가 낮은 목소리로 B를 욕한다
[쟤는 개뿔도 없으면서, 목걸이에 반지에 완전 휘감고..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어 ]
ㅜㅜ
개뿔도 없고, 번쩍거리는 걸로 휘감지 않은 난...궁뎅이 떼기가 무섭다...
줌마들은 내가 없으면 무슨 욕을 할까?



직장 관두고 한달은 줌마들의 세계가 궁금하야~ 미친듯 어울렸다.
며칠은 재밌었다...오오오~ 새로운 세상 강림하사!
그런데...
그런 재미도..며칠 지나고 쫑나 버렸다...
모였다 하면...남편 욕, 시댁욕, 돈자랑...애들 자랑....이웃 욕...
욕욕욕욕욕......

목욕을 하면 몸이라고 개운하지...욕하는걸 하루종일 듣고 있자니...시간이 넘 아까웠다..
차라리..그 시간에...잠이나 자면..피부나 좋아지지....
그뿐인가..시도때도 없이 딩동 거리는 통에 사생활 보호가 안된다는....ㅜㅜ
아침부터 신랑 올때까지...자유시간이 없었다..
가끔은..사색을 즐기고...가끔은 음악에 취해...가끔은 추억을 되새기며...
조금은 정신적인 여유를 즐기고...반성도 하고...그래야 하는 나에게....
줌마의 세계는 멀고도 험했다.

10년을 그곳에서 살다가...지금 사는 이곳에 이사를 오면서는
아파트에서 놀지 않는다...
처음엔 새로운 맘으로 아파트 카페 활동도 열심히 하고 했었는데,
자꾸 얽키고 설키는 것이 또 일만 많아지고........
그래서 지금은 그냥...
엘리베이터에서 반갑게 인사만 하고...할 얘기는 밖에서 잠시 하고 바이바이~
어쩌다 커피 마시러 가면 잠시 있을뿐......

난 ....
자유로운 지금이 넘넘 좋다..
이 자유를..이젠 더이상 남의 편의를 위해..뺏기고 싶지 않다..
이래도 욕 먹고...저래도 욕 먹을 바엔...차라리..내 시간 즐기면서 욕먹는게 낫단 결론을 얻었고...자유로이 맘 편히 지낸다...

이웃 사촌....
먼 친척이나 멀리 있는 가족보다는 좋다고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건 지켜야 이웃사촌도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