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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잊혀지는 것들

 

 

 

 

가을 밤 과수원에 단감을 서리 하던 그 때

들키면 두 손 번쩍 들고 벌서던 그 시절,

지금 서리를 하면

경찰서에 잡혀가 합의하기 바쁘지.

 

봄이면 거머리에 헌혈하며 모심기 하던 그 때

지금은 모 심자 그러면

모가 모에요? 모가 뭔지도 모르지.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면 짐을 들고 가시던 어르신들

그 짐을 뺏어 댁까지 들어 드리던 그때

지금은 도둑누명 쓸까, 납치 당할까, 모른척하기 바쁘지

 

폴피리 뜯어 잔디에 누워 삐삐 불어 대던 그 때

지금은 병 걸릴까 풀밭엔 앉지도 못하지.

 

소세지와 햄이 도시락 반찬인 친구가 부러워 군침만 흘리던 그 때

지금은 웰빙 생각하느라 가공식품은 멀리하지.

 

늦은 가을 타작하면 온몸이 까슬까슬 가려워 미칠것 같아도

볏단 옮기며 장난치며 즐거웠던 그 때

지금은 타작한다고 하면 매타작으로 안다지.

 

여름이면 맨몸으로 계곡에 가서 훌러덩 웃옷 던져버리고

풍덩 뛰어 들던 그 때

지금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이것저것 챙길것이 많다지.

 

받아쓰기 50점을 받아도 씩씩하게 집에 가서

50점 받았습니다! 부모님께 자신있게 보여주던 그 때

지금은 받아쓰기 하나만 틀려도 부모님 눈치 보느라 바쁘다지.

 

몸이 약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보면

서로 도와주고 위해주려고 하던 그 때

지금은 몇 평 아파트에 사는지

부모의 직업은 무엇인지

공부를 잘하는지를 먼저 따져 친구를 사귀게 한다지.

 

추석빔, 설빔이 시장옷이라도 밤새 먼지라도 묻을까

고이고이 머리맡에 모셔두고 설레어 잠도 못자던 그 때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도 고급 메이커 옷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지.

 

서리를 해도

때 구중물이 흘러도

허름한 옷을 입어도

공부를 못해도

논밭에서 굴러 먹어도

김치 반찬만 매일 싸 다녀도

부자 친구가 없어도

받아쓰기 50점을 받아도

풀밭에 마음껏 누워도

어른들 무거운 짐을 들어 드렸어도..

그 시절이 그립다.

 

잊혀지는 것들이 그리워

가끔은

유년시절의 기억속에서 뛰어논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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