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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건망증 심한 엄마를 향한 빵터진 아들의 한마디

하나하나 따지고 생각하고 고민하며 잠못 이룰 때도 있었다.

나이가 들다보니 그런 잡다한 고민들에 대해선 조금은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와지는 걸 느낀다.

나이가 들지 않으면 절대 느낄수 없는 특권 같은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은 되지 않는일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단걸 경험으로 알게 된.....나름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건망증...

대한민국 주부라면 누구나 이놈의 건망증으로 인한 에피소드가 많을게다.

지인의 언니는 건망증이 얼마나 심했던지 마트에 계란를 사기 위해 대여섯번을 왔다 갔다 한적도 있었다고 하니...

주부들의 건망증은 가족들을 걱정시키기엔 안성맞춤 ^^;;

 

 

 

며칠 전

아주 오랜만에 쇼파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아빠랑 열심히 TV를 보던 아들이 심각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건네는게 아닌가!

 

" 엄마, 전 엄마가 걱정돼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이건 또 뭔 말?

 

" 왜? 내가 뭘 어쨌다고 걱정?"

 

" 엄마가 숨쉬는걸 잊어 버릴까봐요"

 

" ㅡㅡ; 내가 왜 숨쉬는걸 잊어 버리는데 ㅜㅜ"

 

" 방근 TV에 나왔는데요... 건망증이 넘 심해서 숨쉬는걸 잊어 버려서 죽은 사람 있대요. 그래서 전 엄마가 숨쉬는걸 잊어 버릴까봐 걱정돼요 "

 

그러자 남편은 옆에서 한 술 더 뜬다.

 

" 내가 낮에 종종 전화 걸어서 말했잖아.숨도 쉬고,, 발도 꼼지락 거리고 손도 꼼지락 거리라고"

 

남편이 가끔 낮에 전화를 해선 묻고 한다.

뭐하냐고..

그럼 난 가만히 있다고 말한다.

시시콜콜하게 이거하고, 저거하고 있다 말하기 번잡스러우니까 ^^

그러면 남편은 말한다. 가만히 잊지 말고 숨도 쉬고 움직이라고 ㅎㅎ;;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아무리 내가 건망증이 심하기로서니...설마 숨쉬는걸 까 먹을까 ㅜㅜ

아들의 심각한 표정에 웃을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취침전 우리집 풍경은 한결같다.

아들이 가스밸브 잠겼는지, 코드는 뺐는지, 전원은 차단시켰는지, 문은 잠겼는지 확인을 한다.

이 모두가 나의 건망증 때문에 불안한 아들의 확인사살이다 ^^;;

 

숨쉬는걸 잊어버릴까봐 걱정하는 아들...

아들아! 설마 엄마가 숨쉬는걸 잊어 버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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