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가면 난 올케가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 친정에 가면 난 누구의 시누이가 된다.
진절머리 나는 시누이,
나에게 시누이란 단어는 정말 진절머리가 난다.
어쩌면 [ 시 ] 자라는 글 자체가 그럴지도 모른다.
개뿔도 없는 친정이지만, 난 우리 시누이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많아서 절대로 나의 올케에겐 시누이 노릇 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살고 있다. 물론, 우리 올케는 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수도 있을 것이다. 말을 하지 않는데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난 친정에 가면 절대로 뭔가를 가져오지 않고 보태드렸었다.
혹시 나로 인해 올케가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싶어서 전화 같은건 하지도 않고 말이다. 어쩌면 결벽증일지도 모르겠다. 올케가 불편하지 않게 편히 결혼생활을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랄까?
언젠가 명절때, 다들 보여서 식사를 하는데 내가 어떤말을 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인의 시누이에 대한 얘기였는데, 오빠는 내가 작은 올케한테 시누이 노릇을 하는 걸로 착각해서 들었던 모양이다.
" 너! 제수씨 한테 시누 노릇하면 나한테 죽는다!"
이 무슨 싣나락 까먹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말이던가!
" 내가 아니고 지인 이야기라고!"
" 아! 그래? 여튼, 너 시누 노릇하면 내가 가만히 안둬! 그럴리도 없겠지만!"
아, 정말 서러워서 살수가 있나! 난 시댁에 가서 온갖 만행을 보고 살았건만, 어찌된 판인지 친정에선 맥도 못추는 시누이라니! 이렇게 불공평한 세상에서 난 살고 있었다. 큭큭큭.
우리 올케는 참 착하다. 부부사이에 티격태격 하면서 살긴 하겠지만, 집안일에 크게 버럭대지도 싫은 내색도 하지 않고 잘 지내주는 것 같아 늘 고맙다.
언젠가 동생과 일 때문에 의논할 일이 있어서 둘이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은근슬쩍 동생에게 물어 봤더니 내 생각이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집안에 어떤 일이 있어도 싫어하지 않고 잘 받아 들인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혹시 잘못한건 없나 물어 봤더니 그런것도 없다고 동생은 대답을 하는 것이다. 딱히 부딪힐 일도 없고, 줄거 잘 주고 하니 크게 불만은 없는 모양이다. 크게 잘해 주는건 없지만,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주는 스타일도 아닌가 보다. 우리 올케에게 나라는 시누이는 말이다.
가끔 난 친정엄마가 딸에게 말하듯 올케에게 말하곤 한다.
동생이 까불거나 말 안 듣고 그러면 나한테 말해라! 혼내 주겠노라고! 말이다.
그리고 동생이 청소는 잘 도와주냐? 애는 잘 봐주냐? 그러면서 동생을 혼내고 있다. 물론 아주 잘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 큰 불만은 없는 것 같다.
늘 올케를 잘 챙겨주는 동생이 고맙고, 잘 따라주는 올케가 고맙고, 둘이 사는 모습이 예쁘다.
지금처럼 계속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 줬음 좋겠다. 난 지금처럼 크게 있는듯 없는듯 시누 노릇 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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