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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미디어 책 세상

내마들- 남이 만나 핏줄보다 더 진한 가족애로 심금을 울리다


드라마 리뷰는 참 오랜만에 쓰네요...성균관 스캔들이랑 시크릿가든 끝나고 미친듯 빠져드는 드라마가 없어서 쓰고픈 마음이 안 들더라구요..물론,  반짝반짝이랑 내마들을 보고는 있었지만 매번 쓰고픈 충동을 느끼는 정도는 아니었구요...특히 내마들의 경우는 가끔 쓰고픈 마음이 들기는 했는데, 마음 한켠이 좀 아려와서 못쓰겠더라구요...그냥 꼬박 챙겨만 보다가 리뷰 한번 못쓰고 끝나버렸어요 ^^




지난 일요일에 마지막편이 방송되었죠? 마지막편을 보면서 울컥울컥, 눈시울이 벌겋게 변하면서 눈물이 나는데..어쩜 드라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착하면서도 알콩달콩한 재미도 주고 거기에 감동까지 주는지..작가님이 참 고맙게 느껴지더라구요...

드라마의 주요인물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 가고 있었어요. 그 속에서 얽키고 설킨 매듭이 마지막회에선 속시원히 풀어 졌고, 우린 그 풀린 매듭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죠..

이 드라마에서 가족 구성원은 철처히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봉영규라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모입니다. 그리고 그의 순수함에 아팠던 기억, 닫혔던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열기 시작하죠...

누구나 장애인이란걸 한눈에 알수 있는 봉영규, 그는 어릴때 장애를 가졌단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을 받아요...영규를 아들처럼 키워준 순금 할머니...물론 딸을 제대로 교육 시키겠단 마음에 돈을 받긴 했지만, 순금에게 영규는 친아들이나 다름 없었어요..영규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순수함에 반할수 밖에 없죠. 현실에선 받아 들이기 힘들겠지만, 드라마 상으론 시청자를 많이 울리고 웃기고, 가슴을 따듯하게 한 주인공이죠.

마지막편에서 봉영규가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말을 하죠..친부모가 자신을 버렸지만, 부모보다 더 친자식처럼 키워 줬다고 한것 같은데..맞나요? 전 울먹 울먹 하면서 왔다 갔다 하느라 대사를 듣긴 들었는데 기억이 안나서요 ;; 여튼 전 그부분을 보면서 장애를 가져서 기억 하지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버림의 아픔을 기억하고 고마워 한다는데서 좀 충격을 받았어요..그래서 더 울컥 하기도 했구요..

봉영규의 순수함이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을...마음을 닫고 살던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조금씩 열어 줍니다....시청자 입장에서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을 열수 밖에 없더라구요...초딩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차동주, 후천적 사고로 인해 청각을 잃어 버린후, 회사를 뺏긴 양아버지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고 성장해왔어요..그러던 그가 어릴적 만났던 한 소녀...봉우리를 만나면서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그만큼 봉우리가 영규처럼 순수하고 거짓없는 사람이었기에 그런 모습에 이제는 사람답게 따듯하게 사랑하며 살수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었겠지요...드라마상의 차동주는 발음이 또렷하지만, 실제 청각상실한 사람은 그렇게 또렷하진 않아요...봉우리가 수화를 배울때 선생님 보셨죠? 아마 그 수준이라고 보시면 될텐데 아무래도 드라마다 보니 정상인처럼 했을 거에요...( 잘은 모르겠지만, 피나는 노력을 하면 차동주 처럼 될 가능성도 있겠죠...;;)

친형처럼 함께 자란 준하가 변하는 모습을 보며 가장 많이 아파하고 슬퍼 했던 인물이죠..차동주를 보면 차동주가 안쓰럽고..준하를 보면 준하가 안쓰럽고..동주랑 준하가 대치 할때도 보통은 착한 동주 편을 들어야 겠지만, 준하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미워할수도 없더라구요...

여튼 동주 역시 장애를 가지게 된후 준하 외엔 어떤 친구도 없었는데 봉우리가 나타나면서 저애라면 친구이자 평생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되죠....영규만큼이나 순수한 우리라서 그랬을 거에요...

개인적으로도 전 동주랑 준하...우리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보는내내 했어요..물론 승철이두요..요런 친구도 한명쯤 있으면 삶이 재밌어 진다고 해야 할까요? ㅎ

장준하, 부모에게서 버림을 받아 그토록 부끄러워 하던 봉영규가 아버지인줄 알고 살지만, 자신을 낳아준 생모를 알게 되면서 큰 상처를 받아요...그래서 그는 스스로 그의 가족을 버리고 새로운 엄마를 선택합니다. 그리곤 그 새 엄마한테서 버림 받지 않고 사랑받으며 친 자식처럼 살기를 바라죠...하지만 태현숙은 장준하가 남편 최진철의 아들임을 알고 복수를 위해 모든걸 감춘채 엘리트로 키운답니다.하지만 그래서 일까요..준하는 마루라 불리우는걸 싫어 하고, 태현숙이 자신을 최진철을 향한 복수의 도구로 키운걸 알고는 배신감에 180도 변한 악인으로 변해 버립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켠엔 그동안 동주에 대한 태현숙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최진철이 동주를 화재로 죽이려 했을때 목숨걸고 달려가 구해 줍니다...물론 이런 클라이막스 부분이 있어야 얼킨 응어리가 풀릴테니 필요한 부분이었을테구요...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봉우리, 엄마가 청각장애인이었죠. 엄마와 봉영규가 결혼하면서 우리에겐 따듯한 가족이 생겼지만, 그 행복도 잠시 화재로 엄마를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어요...어린 나이에 겪지 않아야 할 가슴 아픈 일이죠.
엄마가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장애에 대해선 별 거부감이 없었던 봉우리지만 첨부터 봉영규를 좋아한건 아니었던걸로 기억해요..

그러다가 친구처럼  좋아라 하게 되고, 성인이 되었어도 절대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누구앞에서나 당당하게 아버지임을 밝히고 자랑스러워 하죠..어쩌면 현실에선 불가능 할지도 모를...아니면 도를 정말 많이 닦아야 될지도 모를 봉우리라는 캐릭터가 별 거부반응없이 다가오고 따듯하게 느껴지는건 봉영규라는 인물이 장애를 가진것 처럼 보이기 보다는, 어린애 처럼 순수한 모습으로 보여지는 면이 더 커서 일거란 생각을 해요..사실..봉영규가 장애인이라기 보다는 정신연령이 좀 어린애처럼 보여지기만 했거든요...ㅎㅎ

남이라는 출발점에는 황순금(영규엄마) 이 있고, 그녀를 중심으로 도련님으로 불리우던 영규, 그리고 영규가 결혼하면서 달고 온 혹 봉우리는 승철이네에서 한가족처럼 살았죠...그리고 이혼이란 아픔을 겪은 미숙(미숙은 죽었고..그후 이름은 모르겠네요 ㅎㅎ;;) 이 봉영규의 순수함에 반해서 가족처럼 곁에 있기를 원하죠..

거기에다 가족을 버리고 나갔던 장준하...배신의 아픔에 방황하다 다시 가족으로 돌아오죠....그리고 더이상 봉영규를 부끄러워 하지 않아요...동주가 생사의 갈림길에 있을때 그의 트라우마도 깨진것 같아요..완전히는 아니구 그 문이 열렸다고나 할까...

얼키고 설켜 원수가 되어 영원히 등 지고, 서로를 미워하며 살수도 있지만, 철저히 남이면서도 미워할수 있는 그들을 작가는 남이 가족이 되기 위해 어떤 아픔을 겪고,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보여주면서, 가족이 되면 얼마나 더 끈끈해 지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들이 봉영규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로 하여금 진한 가족애를 느끼게 해줬구요. 그것은 핏줄로 엮인 관계가 아니었기에,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아픔이 변하는 과정까지 지켜보며 사랑하면서 가족의 한 구성으로 혹은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 못지 않은 가족애를 느끼게 하는..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핏줄이 주는 감동보다도 더 큰 감동을 준게 아닌가 싶어요..

막장 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욕할 필요는 없지만 ( 사실..막장 드라마 못지 않은 현실이 더 많은게 인생이니까요...ㅡㅡ;)  지나친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에 지쳐 채널 고정해서 보고픈 드라마가 없던 싯점에 산소같은 이런 드라마가 방송이 돼서 성균관 스캔들이나 시크릿 가든 폐인이었던 때처럼 안달 하면서 일주일을 기다린건 아니지만, 잔잔한 울림이 있는 드라마였기 때문에 평일엔 생각치도 못하다가 주말만 되면 챙겨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곤 했죠..

보는 내내 심리치료의 효과를 느꼈고, 가진게 없어 보이는 봉영규..하지만 알고 보면 너무나 많이 가진 그가 부러웠고, 그들의 따듯해진 관계에 감동 먹을수 밖에 없었어요..이런 감동이 잊혀 질만하면 일깨워줄 따듯한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