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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미디어 책 세상

< 성균관 스캔들 > 윤희를 향한 걸오의 연서




시정잡배와 다름 없는 내가 널 처음 만난 그날도 다른날과 다르지 않게 저잣거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지.

돈 돌려 달라며 버럭대던 네가 무릎꿇고 사정 하던 모습이...구멍사이로 보이더구나..

니가 아니였어도, 아마도 난 구해줬을거야.. 어떤 사정이 있는지 왜 그들에게 무릎 꿇고 사정을 했는지 알순 없지만 말야..







허름한 옷을 입은 넌...날 따라와 보은하게 해달라며 피가 흐르는 팔을 닦으라고 손수건을 줬었지.
그렇게 너와 헤어진 뒤, 다시는 만날일이 없을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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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오...남들은 나를 미친말이란 뜻으로 걸오라고 부르지..그누구도 나를 길들일수 없단 말이지..
그러니 누군들 날 길들이겠어..그러니 3년 낙제생으로 아직 성균관에 붙어 있는 거겠지만...그래두 가끔은 성균관
내 독방에서 이런 저런 생각하며 편히 눈을 붙이곤 하는데..그날이었지..널 두번째 만난건..

너였단걸 한참 뒤에 알았지만..방에 들어 서는 순간 니가 눈에 띄더군..
계집애같이 생긴 조그마한 녀석...대물 윤희... 한참을 바라봤었지....물론 선준과 널 쫓아내려 했었지만...
겁에 질린 널 보면서..어이없는 답변을 늘어놓던 선준을 보면서... 그냥 지켜 보기로 했지...
노론새끼와 한방에서 숨쉬고 있다는건 싫었지만 말이다..



하인수의 표적이 되어 과녁앞에서 기절한 널 구한 날...난 피가 거꾸로  솟는줄 알았다. 노론놈의 자식..하인수..
그 가슴에 화을 쏘고 싶을 정돌 말이야...처음이었다...천하의 문재신이...성균관에서 누군가에 신경을 쓰고 도운건...
성균관을 나갈수가 없었지..방에서 널 기다렸지만, 널 찾는 선준만 잠시 문을 열뿐....넌 흔적도 없더구나..치료를 받고
어디서 무얼 하는겐지...그땐 몰랐다...선준의 문 닫는 모습을 보면서 느껴지는 묘한 이 감정이 말이다..



활을 잡지도 못하는 니가 선준의 가르침을 받으며 혼이 나는 소리가 나무윗까지 들려오더구나..
저녀석...활을 처음 잡으면 손가락이 아플텐데...걱정이 돼서 나무를 깍기 시작했다...
넌 언제나 선준과 티격태격 의견 차 이를
보이며 으르렁 대더니..비가 오던 그날도 여지없이 싸우더구나..
니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비가 되어 흐르는줄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너의 말은 내 가슴도 아프게 하더라...

너의 뒤에서 활을 쏘는 포즈를 가르쳐 주는데..넌 어디론가  급히 가더군..
......넌 언제나 너의 뒷모습만을 내게 보여줄
뿐이었어...이유는 알수 없었지만...너의 뒷모습은 늘 나의
가슴한켠을 아려오게 하더구나..



"보여주고 싶어서요..내가 해낼수 있다는걸...나를 믿어도 된다는걸..내 자신에게 꼭 보여 주고 싶어요..이 세상에서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한명쯤은 필요하니까..."

손이 까지든 말든 무식하게 활쏘는 연습을 하던 널 괘짝 짊어지듯 데리고 술통에 네 손을 넣은 날..
뭣때문에 그리 열심히 활쏘기 연습을 하냐고 물었을때 니가 대답했었지..이 녀석...자꾸 끌리더니..이래서 끌리는거
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내가 생각했던것 이상 괜찮은 녀석이었단 말이야...그런 네가..뒤돌아서서 감사하단
인사를 하며
활짝 웃더구나...이상한 일도 다 있지...니가 간 후, 난 여자앞에서만 한다는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어..
왜일까?...이쁘장하게 생긴 널...설마 니가 여자라고 생각이나 했겠니..



향관청에서 니가 목욕하던날..문사이로 보이는 불빛에 목욕하는 널 보고 얼마나 놀랬던지..
이선준 그녀석...여림까지 나타나서 안으로 들어 가려는데, 못들어가게 하려다 10년지기 친구녀석과 몸싸움도 했었지..
난 궁금했었다..여자인 네가 왜 남장을 하고 금녀의 공간인 성균와에 왔었는지...왜 와야만 했던건지..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지..니가 형과 함께 죽임을 당한 김승은의 딸이란걸 말이다..
니가 모든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도둑으로 누명을 쓰고, 범인을 찾았지만, 그만 두겠다는 널 보면서..
그만둔다는 의미가  이 성균관을 나가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그만 둔다는 네가 난 이해 되지 않았다...고작 이럴려구
남장까지 하면서 성균관에 들어 왔나 싶어서 말이지...허나 곧 알게 됐지...
임금님앞에선 넌 아비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있었더구나...
그런 네가...아비에 대해 궁금해 함에도 불구하고...난..아무말도 해줄수가 없더구나...위험하니까...
널 위험한 일에 끌어 들일순 없었으니까...그게...너에 대한 내 사랑이니까..



목욕하는걸 본 이후..자는 모습조차도 여자로 보였다..눈치 빠른 여림녀석 때문에 한방에서 자야 했지만..
니가 남자인줄 알았을 때처럼 편한 옷차림으로 니 곁에 누울수가 없더구나...그때  떨어진 손수건..

그래...우린 예전에 만난적이 있었지...눈치없는 난...그제야 알게 되었다..우리가 성균관에서 처음 만난게 아니란걸
말이다..그리고 난 마음 먹었지..니가 이 성균관에 머무르는 동안...무사하게 보호해 줘야 겠다고 말이다.



널 보호 하기 위해서 난 눈치 빠른 여림 녀석을 속여야 했다...그게 아니라면 굳이 방에서 잘 필요가 없었겠지..
허나...널 위해서 밤새 딱꾹질을 참으며 견뎌야 했다...

근데 말이야..자는 네 모습이 궁금해 돌아보니..넌 선준 등뒤에  꼭
붙어 자더구나..
널 보호하는 첫 임무는 바로 그거였던게야...난 내가 그토록 싫어 하는 노론녀석 옆에서 잤지.

널 문앞으로 밀어 놓고 말이지...



윤희야...니가 여자임을 알게된 후부터 말야....너의 시선...너의 몸짓은 늘 선준을 향한다는 걸 알게 되었지.
나도 모르게 그런 모습을 볼때면 기분이 묘해 지더구나...그게 질투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런데...그런데 말야...질투라도 좋았다...난 니 곁에서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너의 그 환히 웃어주는 얼굴을
볼수 있다면..아무래도 좋았단 말야....널 볼수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헌데... 윤희야..난 몰랐었다...그 사건 이전에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너의 시선이 선준에게 머무를때 느껴지는
감정이 무엇인지 말이다..

니가 섬에서 이선준과 밤을 보낼때...난 돌아 버리는줄 알았다..
그때 알게 됐지...이 걸오가....이 길들여지지 않는 미친 말 걸오가...윤희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그래서 널 내 눈앞에 꼭꼭 묶어 두고 싶었다...그렇게 하지 않으면..내가..불안해서 견딜수가 없으니까..
미쳐버릴것 같으니까..

그런데 넌 아니?  내 눈앞에 꼭 붙어 있어라고 했던 말...그건...너에 대한 고백이었다...
눈치 없는..아니..네 눈은 항상 선준만 바라보고 있어서 눈치를 채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입청재 날...네가 물었었지..찾아오는 여인네 하나 없느냐고...맘에 품고 있는 여인네도 없느냐고..

그래서 너와 밥을 먹기로 했다고 하지 않았니?...
나에게 여인은...바로 너였으니까...남장을 하고 있었지만..니가 나를 찾아 오지는 않았지만...
나와 마주 앉아 있는 너...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여인네는 바로...너뿐이니까....



하지만, 윤희야....
난 너에게 내 마음을 고백을 할수 없구나..

내가 너만 바라 보듯...너는 항상 이선준만 바라보고 있어...내가 너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지...알지 못한채...말이다...

너에게 받고 싶은 그 시선은..늘 선준을 향해 있어..난...차마 너에게..사랑한다고 고백할수가 없구나..

너를 붙잡고..제발 날 좀 봐달라고 애원하고 싶지만...
내가 널 사랑하듯, 너 또한 날 사랑해 달라고 매달리고 싶지만,
내 사랑이 너뿐이듯...너의 사랑 또한 이선준 뿐인걸 알기에...난 용기조차 내지를 못하겠구나...

난 그냥...질투가 나도 참으련다.. 니가..나를 사랑해 주지 않아도...너의 시선이 다른 남자를 향하고 있어도..
내 눈앞에 꼭 묶어 놓고...너를 보는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라도...모르겠다...
소유하지 못할 내 사랑일지라도...내 눈앞에서 널 지켜봐야 하는...지금처럼 꼭 .....

입밖으로 내뱉지 못 할 단 한마디..
너에게 절대로 하지 못 할 단 한마디..
누구도 들어선 안 될 단 한마디..
내뱉으면 쓰라려 견디기 힘들 단 한마디....
사랑한다...김. 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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