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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격년으로 심술을 부리는 하늘


매년 5월 넷째주는 알뜰장터가 열린다. 매주 청소를 가는 장애인 시설에서 여는 행사인데, 시설에선 엄청나게
신경을 많이 쓰는 행사이다. 이곳에 자원봉사를 시작한 그 다음에는 김밥을 말았었고, 취미로 비누 만드는걸
알게 된 복지사샘이
비누체험을 해달라고 하셔서 벌써 3년째 참여를 하고 있다.

첫해는 넉넉하게 재료를 준비했는데,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전년도에 비해 참석한 인원이 절반.
재료비도 못건지고 적자가 났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물론..내 돈 들어 가는게 아니라서 내가 손해 보는건
아니다...난 그냥...그날 하루 노는 몸뚱아리 살포시 이동해서 거기에서 잠시 쓰이고 집에 오면 그뿐...
하지만 맘이 편치 않았다...샘들은 그러지 말라고 하셨지만...그래도...

작년엔 무척이나 화창했다. 아싸! 가오리!
사람들이 북적였다. 그뿐이랴~ 사람이 많이 오니까 자연스레 체험하는 학생들~ 어른들도 증가했고
으흐흐....전년도 적자를 만회할수 있었다. ^^

그리고...올해...또다시 비누체험 부스를 맡아 줄수 있냐는 샘 말씀에 흔쾌히~
노는 몸뚱아리~ 할일도 없는데 이렇게 시간이라도 떼워야지 ㅡㅡ;
딱히 오라는데도 없고..갈데도 없고~ 불러주심에 감사할 따름 ;;

체험 인원은 130명을 잡았다. 거기 맞춰서 주문서를 작성하고 샘께 드리고~ 주문은 샘이 ^^
수요일에 청소봉사 갔다가 배송 온 비누재료중에 몇개를 가지고 집에와서 밑작업을 했다.


속비누로 들어갈 비누를 만들고...준비완료~

석가탄신일엔 30도가 넘는 더위로 가만히 있어도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르더니
아침에 눈을 뜨니....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ㅡㅡ;
하루만 더 참아주지....
그러고 보니 격년으로 비가 왔다가...맑았다가 하는것 같다.
내년엔 맑겠군 ;;

이럴줄 알았으면 미리 하늘에 전화라도 해둘걸 그랬다..
넷째주 토욜날 비 뿌리지 말라고 ㅡㅡ;


체험부스는 죄다 실내로 옮겨 졌고, 먹거리류만 밖에 있었다.
우린 3층....오늘..제대로 망쳤구나....하는 불길함 ㅜㅜ

자원봉사자 두명만 붙여 달라고 했었는데, 고등학생 두명이 수줍게 앉아 있었다.
두명에게 하는 법을 가르치고 준비하고 있으니까
귀여운~우리들의 첫손님~이 등장했다. 초딩생들~ ^^
몇명이 우르르 오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

많이도 안 바란다...재료비만 뽑을 정도로만 와주라~;;;

3층엔 천연비누, 리본공예, 폼아트, 장애체험..다른 하나는 모르겠고 ;;
여튼....북적이지는 않았지만...몇명씩~ 몇명씩~ 왔다리~ 갔다리 ^^
손놓고 한참을 쉴 시간은 없었다...다행이도..

점심시간은 잠시 20분동안 올스톱을 하고, 식당...그곳은 매주 청소하는 곳이다 ;;
그곳에 퍼질고 앉아서 컵라면에 김밥 한줄 먹었다~
맛이 없는지..학생은 라면만 조금 먹다가 버렸고~
아줌마인 난~~ 밥심으로 살기 때문에 맛과는 상관없이 배부르게 먹었다 ;;





그리고 잠시 한가한 시간을 틈나 학생들에게 5분여 맡겨두고
야외에 마련된 장터에 가서 빵도 사고
학생들 딸기쥬스 먹고 싶어 하는것 같아서 사서 올라 갔다...

잠깐씩 그치던 비가 오후가 될수록 세차졌다..



틈틈이 딸기 쥬스를 마시면서 부지런히~ 손님을 맞아서 열심히~ 또 열심히~
마치기 30분전부터는 남은 재료를 죄다 비누 만들어 버렸다..
대충 보니까...체험자들이 100명은 넘은것 같았다.
재료비를 빼고도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만든 비누 떨이 판매로~~~~천냥에 학생들이 다니면서 팔았다...
다 팔았는지는 모르겠다.

난 마무리 작업하면서 정리를 했고, 학생들은 애살이 넘쳐서 팔러 갔고 ^^;;
나안...
사주세요~ 이런말 잘 못한다...

내 주머니 돈 없으면 굶어죽기 딱..좋은 스탈 ㅡㅡ;
여튼 다행스럽게도 애들이 알아서 내려가 주니 감사할 밖에 ㅎㅎ;;
해줄건 없고~ 비누 몇개 챙겨서 가져 가라고 했더니...엄청 좋아라 하는거다..
물론...다른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그렇게...체험부스중 우리가 꼴찌로 일을 마무리 했다 ^^

샘은 비누가 매년 흑자?라서 기분이 좋다고 하셨다.
다른 부스중 한군데는 절반의 재료비를 물어줘야 한다시며...걱정...;;

다른 부스는 모르겠고..여튼..내가 맡은 부스에서만 적자 안나면 일단 다행이다..
그래야 내 맘이 가벼운걸 ㅜㅜ
첫해 적자나고 얼마나 신경이 쓰였던지 ;;;

매년 하는 연중행사...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장애인과 일반인이 어울리는 이 행사는
주민들 의식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곳에선 가장 큰 행사이기도 하다.
격년으로 하늘이 심술을 부려서 그렇지 ㅡㅡ;

내년엔 보나마나 맑음이다 ㅎㅎ;;

대충 마무리 하고....씩씩하게 집으로 돌아온 난..
하루종일 일해서 인지...넉다운이 되었다...
몸은 피곤했지만...마음만은 편안한 넉다운이라고나 할까? ^^



하루종일 내팽겨친 우리 아이들에겐 장애인들이 만든 맛있는 빵을 선물삼아 주고
난 그대로...침대위에 넉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