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이 일상이 된 사회, 우리 마음은 왜 이렇게 지쳤을까?

"요즘 왜 이렇게 날카로워졌을까?" 조롱이 일상이 된 사회의 슬픈 자화상

며칠 전, SNS에서 이런 댓글을 봤습니다.
"그 돈 벌고도 살아? 무능력 인증이네."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의 월급과 인생을 한 문장으로 무너뜨리더라고요.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요즘은 이런 말들이 너무 흔하니까요.

누가 무신사 옷 입었다 하면 '촌스럽다', 누가 소소하게 사는 걸 올리면 '루저 같다'는 말이 달립니다. 그리고 그 조롱이 반응을 얻고, 리트윗되고, 인기 댓글이 됩니다.

이쯤 되면, 묻게 돼요. 우리는 언제부터 남을 비웃는 걸 이렇게 즐기게 된 걸까?

혐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쉽고, 강하고, 반응이 오니까'

복잡하게 설명할 것도 없어요. 혐오와 조롱은 참 간편한 콘텐츠입니다. 누구를 알아볼 필요도 없고, 맥락도 모르고, 책임도 지지 않죠.

한 줄 던지면,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화나고, 조회수는 올라갑니다. 특히 요즘처럼 무기력하고 불안한 시대엔, 남을 깎아내리는 게 유일하게 '내가 위에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되어버리기도 해요.

'나는 적어도 저 사람보다는 낫다.'
그 한 줄의 위안에, 사람들은 조롱을 택합니다.사실은, 다들 너무 지쳐 있는 것 아닐까요?

자존감이라는 말, 너무 예쁜 단어지만

현실에선 점점 사치가 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당합니다. 어디 살고, 어떤 차 타고, 무슨 일 하는지로 사람 값을 매깁니다.

그래서 자존감은 자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솟는 것이 아니라,끊임없이 타인의 평가를 통해 유지해야만 하는 상태가 되어버렸죠. 그래서 자존감이 낮아지면, 그 허전함을 메우기 위해 누군가를 깎아내리게 됩니다. 이건 성격이 나빠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불안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에요.

그 불안이 타인을 향할 때, 조롱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오는 것뿐입니다.

다정한 말 한마디,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씁니다

퇴근 후 집에 오면,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벅차지 않나요?
누군가 도와달라고 할 때, 그 부탁이 부담으로 느껴진 적도 있죠. 그게 이상한 게 아니더라고요.

 

뇌의 전두엽, 즉 감정을 조절하고 공감하게 하는 부위는 에너지가 없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체력이 곧 여유예요. 운동을 하라는 말은 멋진 몸 만들라는 뜻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웃으며 인사할 힘, 짜증을 참을 힘을 기르자는 말입니다.

감정이 쌓이면, 성격이 됩니다

작은 짜증, 우연한 비난, 지나가던 말 한마디. 이런 것들이 쌓이면,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사람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그게 점점 내 '성격'이 되어버려요.

 

이런 순간에 저는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려요.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좋아.'

이건 단순한 긍정이 아니라, 뇌에게 보내는 신호입니다. '괜찮아. 아직 나, 나 자신을 잃지 않았어.

실패를 조롱하는 이유는, 실패가 너무 무서워서

요즘 자주 보이는 말이 있죠.
"누가 그 길 가라고 칼 들이댔어?"

실패한 사람에게 너무 쉽게 날아드는 말입니다. 근데 정말, 실패가 그렇게 간단한가요? 우리는 노력하면 된다고 배웠고,
그래서 실패한 사람을 보면 본능적으로 무서워집니다.

'혹시 나도 저렇게 될까 봐.'
그 공포를 감추기 위해, 우리는 실패한 사람을 '선택을 잘못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래야 내가 안심되니까요.

인생에는 '운'이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열심히 해도 안 될 때가 있어요. 경기, 건강, 가족, 우연한 변수... 사람 인생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로 차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실패한 사람에게 말해주지 않아요.

'네 탓 아니야. 그냥 운이 나빴던 거야.'
이 말이 누군가에겐 숨 쉴 틈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죠.

불행을 덜어주는 사회

행복은 화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불행하지 않은 것. 누군가에게 상처받지 않고, 조금 덜 비교당하고,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라는 말 한마디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 그게 진짜 행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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