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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촌지 유효기간이 일주일이라고 말씀하셨던 선생님


몇년 전....딸 초등 1학년때 일이다.

난 학교에 잘 가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학부모들이 참석해야 할 경우가 아니면..

그렇게 첫 애를 학교 보낸뒤...시간이 흘러 어린이날 이브..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손엔 양손 가득 선물 꾸러미다.
내려놓은 선물을 하나씩 꺼내면서
[ 엄마, 이거는 X엄마가 주신거구요, 이거는 T엄마가 주신거구요. 크레파스는 D엄마가
주신거구요...]

한두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물을 꺼내면서 누구 엄마가 준거라고 읊어대는 딸아이..
왜 그렇게 누구 엄마가 줬다고 말을 하냐 물으니..담임 선생님이 집에 돌아가서 꼭 그렇게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머리에 스팀 받는 다는건...이럴때 쓰는 표현일게다.  옆에서 지켜 본 동생도 어이가 없고,
화가 치밀었는지 교육청에 글을 남겼다. 엄마들이 학교 드나들고 선물 주는 것도 좋지만,
일일이 누구 엄마가
줬는지 외우게? 해서 집으로 보냈다는데 대한...분노...
동생이 올린 글은 3번씩이나 교육청 관계자에 의해 지워졌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동생은 한번만 더 지우면 본청으로 항의를 하겠다고 글을 올렸고,
교육청에선 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는
[ 어느 학교, 몇학년, 몇반, 누구인지 말씀하시면 시정 조치 하겠습니다.]
이런 답변을 하더란다.
누구인지 밝히면 불이익 당할건 뻔할 뻔자...학교만 말했고..
그 후 1년간 학부모의 학교 출입이  금지 되었단 후문을 들었다. 1년이 지난후에....

그해 연말....학교에서 안내장이 날아 왔다.
학교에 바라는 점, 고쳐야 할 부분들을 설문조사 하는...

[ 1.어린이날 선물을 받지 말든지, 아니면 받더라도 아이들에게 세뇌 교육 시키듯 누구 엄마가
줬다고 읊지 않게 해 달라.
2.촌지 근절에 힘써 달라...기타등등]
정중하게 썼으나 내용은 이런 식으로 장문의 글을 써서 학교로 보냈다.

학교에 가지는 않지만, 엄마들 뒷담화...촌지에 대한 말들이 많았기에..언급을 했다.

그날,
수업이 끝나자 마자 선생님은 날 학교로 부르셨다.
그리고...
내가 적은 글을 보고선 좀 충격 받으셨단다.

변명 아닌 변명의 시작..
[어머니...어린이날 선물은 감사의 뜻으로 누구 엄마가 주신거라고 애들한테 말했을 뿐입니다.  어머님이 오해하신거에요...
그리고....촌지...저만 깨끗한 척 할순 없지 않습니까...
어머니....
촌지로 인한 차별은 그리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촌지 받으면 며칠은 눈이 더 가고, 챙겨지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똑같습니다.]

ㅎㅎㅎ
난 내 귀를 의심해야 했다. ㅡㅡ;
'저만 깨끗한 척 할순 없지 않습니까' ㅜㅜ
..
...
.,,
..
....


[촌지로 인해 아이들을 차별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대화가 오갔고.....난 그렇게 얘기를 하고 나왔다....
서로가 서로에게 더이상 해줄 말도...들을 말도...없었기에..


선생님의 월급은 박봉이 아니다. 타 공무원과 비교하면 말이다.
그런데도 어떤 선생님은 노골적으로 촌지를 받기 위해서 아이를 괴롭히기도 하고
어떤 선생님은 아이를 괴롭히지는 않지만, 문제아 인양 그렇게 어머니에게 말하기도 한다.
촌지를 받기 위해서...

학년이 바뀌고...
새삼스레 딸아이 반 엄마에게 들은 얘기.......딸아이 담임 선생님이...얼마나 촌지를 많이 바랬던 선생님이였나를  듣고는...그냥 웃어 버렸다...

...선생님은 있지만...스승은 없단 말인가.....

첫아이를 학교 보내면서, 우려하던게 현실로 나타났다...
맘은 좀 그랬지만....

하지만....그건 약과란걸....학년이 바뀌고..또 바뀌면서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은 선생님...괜찮은 선생님도 많으셨지만....그런 괜찮은 선생님 만나기가..
우리 아이에겐....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