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아침이었다. 5년만에 눈이 내린 이후론 꽃샘추위에 벌벌 떨어야 하는 그런 날의 연속...
청소봉사를 가는 시설에서.....
선생님이 주시는 따듯한 커피 한잔에 몸을 녹이고 주방으로 향했다.
눈 때문에 한 주를 빠졌더니
바닥에 쓰레기가 얼마나 많던지...... 이렇게 더러울수가...^^*
청소하는 도중에 자주 보는 남자 장애인이 우리에게 인사를 하셨다.
"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인사후에도 혼잣말을 막...하시는 중....
무슨 말일까? 꼭 연애 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이다.
함께 청소하시는 언니 왈 " 전화하시네 ㅎㅎ"
그러고 보니 손이 귀로 가 있다.
멍청하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음이 났다.
공갈전화~ ㅎㅎ
아이들이..혹은 우리가 가끔 장난 칠때 맨손으로 전화 받는 시늉을 하지 않는가...
그 장애인친구도 손으로 전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아주 바쁜사람 마냥...^^
처음엔 낯설었던 이런 모습들이...이젠 익숙해져 4차원 친구들이랑 노는 기분이랄까? ^^
혼자서 크크크 ;;;
세파에 찌들려 암흑같던 내 마음이....그들의 그런 4차원적인 모습이 보여 질때면 눈처럼
녹아버린다.
그때 그 웃음은 거짓하나 없는 솔직한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겉모습은 빛으로 보이는 나와 우리들의 모습이....어쩌면 어둠속.....그림자일지도 모르는데..
그들의 겉모습...살아가는 모습들이,
우리에겐 그림자 같이 보이는 그들이..어쩌면 빛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곤한다.
시각적으로 그럴듯한 직업에, 봐줄만한 외모에, 정상적인 모습으로 살아 가고 있지만,
그 마음을 들여다 보면, 암흑속....한치 앞도 바라볼수 없는 늪인 경우도 많다.
겉모습만 건강할 뿐.......내면적인 부분은 역한 냄새를 동반해..열어 보는 순간 구역질이 날수
도 있을 것이다. 우린...그 속에서 살아 간다.
외관상 부족한 듯한 그들...
혼자서는 제대로 된 일을 할수 없어 누군가가 늘 곁을 지켜줘야 하는 그들이지만......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어쩌면, 욕심..탐욕..분노..미움으로 가득한 우리들 보다 더 맑고 깨끗할지도 모른단 생각을
가끔은 하게 된다.
살아 가면서 부당한 대우 한번 당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타인과 비교하여 우위에 있고 싶지 않은 사람 또한 어디 있으랴.......
남보다 더 행복해 지고 싶고, 남보다 더 많이 갖고 싶고.......그래..그게 사람 마음이다.
그런 욕심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더 많이, 더 높은곳에 있기를 바라며, 충족되지 못한 현실에 불행하단 생각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런류의 사람중의 한명인지라......
욕심을 부리다가......내가 가진것에 불만족을 토로하다가
그들을 보노라면.........다시 생각을 하게 된다.
" 내가 정말...불행한 걸까? 내가 정말...가진게 없을까?"
모르는 분들은....자원봉사를 하면, 베푼다고...좋은일 한다고 그러신다....
자원봉사의 사전적 의미가 사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되어 있으니...
하지만,
내가 가진것에 대한 불만족, 불행, 욕심, 미움....
자원봉사를 하다보면 하지 않았을 때와 마음이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낄수가 있다.
마음속을...머릿속을 꽉 채웠던 불만족,불행, 욕심, 미움들이 없어졌다면 거짓일게고
그런것들을 조금은 다스리는 여유로움을 배웠다고나 할까?
5년전쯤....자원봉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난 아마도 내 욕심에 취해서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난...그들에게 베푸는게 아니라.........
그들로 인해 조금씩.....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조금은 버릴줄도 알게 되었고,
조금은 배려도 알게 되었고,
조금은....이해도 하게 되었고,
조금은....그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들로 인해 난...오늘도 ..
내가 가지고 있는 것...그대로여서.... 감사하다고....
욕심은 조금만 부리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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