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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미디어 책 세상

로맨스 소설 렌, 부러우면 지는거다...시리고도 가슴아픈 사랑에 무릎 꿇다

작년 여름이던가? 성균관스캔들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으로 드라마리뷰를 쓰고 싶단 생각을 했었고, 늪에 빠져 허우적 대는 사람마냥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리뷰를 써대기 시작했다. 지금이 딱 그때 그 기분이다...로맨스소설...렌.....짧막하게 리뷰를 쓰기엔 이 책을 보면서 하고픈 말이 산더미 같이 많아졌다....

잠이 오지 않는 밤..책장을 넘겼다. 조선정국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도 알아 들을똥 말똥한데 일본이름에 명칭들이 낯설었다...읽다보면 익숙해지리라....생각하며...

왜란후 많은 이들이 일본으로 끌려갔다. 왜인들의 노리개가 되었고,  노예가 되었다.
한 여자아이 역시...병든 어머니와 일본으로 끌려가 노예생활을 하게 된다.아이 때문에 차마 자결하지 못하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지키기 위한 딸..하지만 끝끝내 다시 오지 못할 머나먼 곳으로 어머니를 보내고 타국에서 외로이 살아야 하는 여자아이...설연...

설연에게 운명처럼 그녀와 어머니를 찾던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신겐..그는 왜란때 부상을 입어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었지만, 설연과 그녀의 어머니를 만나 목숨을 부지하게 되고, 범접하지 못할 설연어머니를 마음에 품은 일본장수다...그렇게 헤어진뒤....고마움과 그리운 마음에 찾아 헤맸지만 늘 허사였다. 그런데 그토록 찾던 사람을 찾았다..그런데 기쁨도 잠시...병색이 완연했던...마음에 담았던 그녀를 보내야만 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딸 설연을 양녀로 삼지만, 인생이 그리 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신겐의 주군이 영특한 설연을 간자로 쓰리라 마음 먹고 이용하기로 했기 때문...

세월은 흘러 설연...아니 이제 렌이라 불리우는 그녀는 여인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왜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렌의 사촌오라비를 볼무삼아 그녀를 이용하려던 신겐의 주군은 그토록 그녀를 이용하기를 바랬던  그날이 왔다..세상은 힘 있는 자가 가지는게 아니라, 가진자가 힘이 있는 거라 했다...가지지 못한 신겐의 주군은 가진자에게 굽실 거릴수 밖에 없었고, 간자를 이용해서라도 힘을 갖고 싶었다. 거기에 적합한 아이가 바로 렌이었고, 요긴하게 쓰일 그날이 온것이다.

렌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어머니를 허망하게 그리 보내고, 사촌오라비까지 허망하게 보낼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라비는 고국으로 보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희생해서라도 오라비를 살려야 했기에 어쩔수 없는 현실을 아무렇지 않은듯 묵묵히 받아 들여야만 했다.

렌이 간자로 들어가야 할 류타카의 정원...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는 사람처럼 수려한 정원에 심취한 렌....그리고 그녀를 향한 아망스런 아이의 목소리....순식간에 아이는 연못에 빠지고 렌은 아이를 구해서 연못밖으로 나온다...그리고..운명의 그 남자를 만난다...류타카....그때는 몰랐다. 왜인을 마음에 담게 될줄은..
오매불망 그리운 고국..사촌오라비와 함께 돌아 가기만을 학수고대하던 그녀가 아니었던가.
류타카 역시 마찬가지였다..여자에게 마음을 준적도 없고, 관심을 가진적도 없었던 그가 한 여자에게 그토록 지독하게 빠져들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인력으로는 어쩔수 없는 이끌림...

나이 어린 계집의 당돌하고도 야몰찬 모습, 사내에게 뒤지지 않는 기백에 류타카는 자꾸 물음표가 생긴다..뭐하는 여자인가...왜 자꾸 신경이 쓰이는게지?

큰키에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남자 앞에서 렌은 주눅이 든다...저 남자곁에서 과연 간자노릇을 잘할수 있을까?

적과의 동침..
처음에 류타카는 렌을 곁에 두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간자라는걸 알면서도 영특함을 꿰뚫은 류타카의 주군명으로 적과의 동침을 하게 된다..눈에 보이면 보이는대로 보이지 않으면 않는대로 그녀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이쁘지도 않고 특출한 매력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처음 그녈 본 순간부터 끌림이 있었던 류타카는 그녀에게 향하는 자신의 마음이 궁금해졌고, 그녀를 첩으로 받아 들인다...그녀를 취하면 자신의 마음을 알수 있을것 같았기에...그리고 확인하면 죽이리라....다짐을 하지만...류타카에 있어 렌은 늪이었다...나날이 그녀에게 빠져 헤어 나올수가 없는...그리고..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 보이듯...그녀 역시 보여주길 바랬다..하지만...그녀의 시선은 늘 다른곳을 향해있다..그것이 류타카를 두렵게 만들었다...

렌 역시 마음을 주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부질없는게 아니던가...사촌오라비의 생사가 걸렸고, 목적은 하나였다...고국으로 돌아 가는것...결과는 이별인데, 사내따위 맘에 품을 이유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허나..차갑고 무서운줄로만 알았던 사내의 잔정을 느끼며 렌 또한 류타카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고국을 그리워 하지만 류타카에게 안주하고 싶었다....죄인줄 알면서도...

7번째 첩실인 렌......그리고 이해관계에 얽혀 정실을 맞이 하게 된 류타카....본인이 원치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정실의 임신에 하늘이 무너질것 같은 렌과 류타카...

내가 싫다지 않았느냐! 니가 등 밀어 놓고 어찌 눈도 마주치지 않는단 말이냐! 날 봐라! 어서 날 봐!

싫습니다..당신이 밉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나 역시 질투많은 여자란 말입니다..남자의 사랑을 받고 싶은 여자...임신 할수도 없는 몸인데 다른 여자의 임신소식이라뇨...

굴곡 없는 삶은 없다. 잔잔하게 흘러가는듯 보여도 그 속에서 나름의 시련과 고통은 따르기 마련이었다. 렌을 향한 류타카의 해바라기 사랑을 알면서도 내색하지 못하는....떠나야만 하는 렌..그래서 더욱 가슴이 시렸다..

렌의 양아버지는 사촌오라비를 죽은걸로 위장하여 피신시키고, 마지막으로 렌을 보호코자 서신을 보내고 자결을 하게 된다...사촌오라비때문에 첩실로 살고 있는 렌이 늘 안쓰러웠던 양아버지가 아니었던가..그렇게 해서라도 렌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피신한 렌의 사촌오라비는 렌이 바람쐬러 나왔을때 만나게 된다..그리고 고국으로 돌아 가기 위한 계책을 알려준다..

헤어지기 싫었다...하지만...호락하지 않은 세상은 그녀가 류타카 곁을 떠나기를 바랬다...어쩔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그 어느때보다도 살갑던 렌....곤히 잠든 류타카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야간도주를 한다...허나...렌의 작별인사와 눈물에 잠이 깬 류타카....배신감...애증에 어쩔줄 몰라한다...

그렇게 잘해줬건만..내 곁을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게냐? 너에게 모든걸 다줘도 아깝지 않았던 나였다...렌...너에게 난 아무것도 아니었단 말이더냐....그래..가라...이 성을 빠져 나갈수 있으면 놔주지...허나...내 눈앞에 나타나면 용서치 않으리...

절대 성에서 빠져나가지 못할거란 생각과는 다르게 류타카는 불안했다...그녀는 심장과도 다를바 없었다..그녀가 없으면 류타카도 없다...

그런데 그녀가 낯선 사내와 잡혀 왔다....그 남자가 뭐길래, 별볼일 없는 그 남자가 대체 뭐길래! 왜 그랬냐고 이성을 잃고 버럭대는 류타카...렌은 류타카의 아픔이 느껴졌다...하지만 사촌오라비의 정체를 말할순 없었다...조선인이란걸 알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기 때문에...렌은 죽어도 좋으니 남자만은 살려달라는 말에 류타카는 눈이 뒤집힌다...

아주 오랜만이다...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린건....하루에 30분...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책을 읽기로 결심했고, 이 책 역시운동 하면서 읽었다...책장을 넘길수록 난 진도를 나갈수가 없었다....갈수록 붉어지는 눈시울이 감당이 되지 않아서...운동하면서 대성통곡을 하거나 눈물을 흘릴순 없지 않은가..책읽으면서 운다.....미친년아냐? ;;

궁금증에 몇자 읽다보면 렌과 류타카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와 제대로 읽기가 힘들었다...그래서일게다...책을 읽으면 리뷰를 한번 써볼까 이정도에서 그치는데...성스 볼때처럼 몇몇일을 리뷰써야 할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은...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했으며 왜 그래야 했는지 구구절절 설명을 해야 할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

사랑...
많은 사람들이 싸구려 사랑을 하고 있다.아니...싸구려라고 말하면 넘 저렴해 보이니까 인스턴트라고 바꿔야겠지...그래...요즘은 인스턴트 사랑에 길들여 지고 있다...그래서인지 난 순수한 사랑에 감동을 잘 받는 편인것 같다...유치하거나 복잡하거나 상관없이...마음가는대로 순수한 사랑에 감동을 받고 있다..

그것은...내가 살아 오면서 해보지 못한...사랑에 목숨거는 한 남자와 차마 고백하지 못하는 한 여자의 절절한 사랑이 부러워서일게다...현실에서 저런 사랑을 한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은채...한편으론 마냥 부럽기만 한 사랑....누구나 태어나서 한번쯤 저런 절절한 사랑을 받고 싶다며 큰 욕심일까? 하는 마음과 가슴 시린 사랑이 백발이 될때까지 가능할까? 하는 의문.... 그 모든 복합적인 생각에 잠시 복잡해져 옴을 느끼지만..
부러운건 어쩔수 없었다... 속시원히 말할수 없는 그들의 사랑이 커가는 과정을 보며 아프고도 시리고...그러면서 한편으론 너무나 부러운 사랑이었다..

문득, 렌이 드라마로 만들어 지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누군가는 반감을 가질수도 있지만...난 이 책을 너무나 재밌게 읽었다...제대로 만들면 여심을 사로잡는 명품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렌...마지막 장을 덮으며 한동안 소설에 집중하기 힘들단 생각을 했다...여운이 넘 길다...렌이 부럽고..사랑하는 사람과 백년해로 못한채 젊디 젊은 나이에 저세상으로 보내야 했던...남겨진 사람의 아픔이 느껴져서....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수가 없었다..지끈거리는 머리...팅팅 불은 눈...맹맹한 코....매이는 목...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면....눈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면..한 사람만을 위한 해바라기 사랑을 하고 싶다면...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부러우면 지는거라지만...부러움에 무릎 꿇어도 내 사랑인양 시리고도 절절한 그들의 사랑...그 사랑에 경의를 표하게 될테니....

다시 읽고 싶지만 책장을 펼치자 마자 눈물이 난다...다모 라는 드라마가 있다...폐인이 되다시피 본 드라마...그 드라마가 끝난뒤 한번더 보게 됐다...종종 다시 보고픈 생각이 든다..하지만 난..그 드라마를 다시금 볼 용기가 없다...그 결말이 어떤지 알기에..쏟아지는 눈물을 감당키 어렵다는걸 알기에...쉬이....켜지 못한다..
이 책도...이제 쉬이..펼치지 못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