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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일상사

유년시절의 추억이 그립다

 

 

굽이 굽이 돌아 걷는 골목길

가는 길마다 두채 건너 한 채는 전설의 고향을 찍어도 될 집들이 보인다

 

무너져 가는 집 안

녹쓴 가마솥을 보니

어린시절 쇠주걱으로 누룽지 긁어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머리는 아직도 그 맛을 기억하는데

그후 지금까지 그 맛을 느껴본 적이 없다

 

요즘 나는

무성해진 넓은 마당의 잡초를 뽑고선

깨끗해진 한가운데 평상을 하나 갖다 놓고선

그 위에 퍼질러 누워

오랜만에 유치하게 읊어 보고 싶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겨울이면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군불을 떼고

가을에 수확한 고구마를 구워

입이 세까메 지도록 먹고 또 먹고

아랫목에 자리 잡아 이불 뒤집어 쓰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싶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하늘이 잔뜩 흐려

내 몸이 일기예보를 전할 때

군불 넣은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온 몸을 지지며

내 살이 빠알갛게 익었으면 좋겠다

 

할 일 없는 겨울

어느집에 모여

돈 한푼 없이 누구는 광을 팔고

누구는 피박에 쪽박까지 써가메..

등짝 흠씬 두들겨 맞는 화투도 치고 싶다

 

찬사람에

심심함을 느끼면

동네친구 죄다 모여

자치기도 하고

쿡쿡 쳐박아 놨던 비닐 오려 십원짜리 동전 넣어 만든 재기로

편 나눠 재기 차기도 하고프다

 

풍성한 가을엔

밭이며 산에 영근 감이며 대추며 밤을 따다 들켜

욕 한바가지 얻어 먹곤

두손 번쩍 들어 벌도 서고 싶고

오늘은 철이네집, 내일은 순이네집 볏짚을 날라주며

참도 얻어 먹고

타작후엔 온 몸에 가려워 밤새 벅벅 긁고도 싶다

 

선녀가 된양

무더운 여름에 지칠때면

이쪽저쪽 산길에 인적을 확인하곤

계곡물로 멱을 감고

미리 담궈둔 수박과 오이를 한 입 베어 잘근잘근 씹어 먹고도 싶다

 

작은 새싹에 가슴이 콩닥이고

봄처녀라도 된 양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애써 진정 시키며

따스한 햇살을 향해 미소 한번 짓고

쑥도 캐고 씨앗도 뿌리고 나물도 캐고 싶다

 

큰 평수의 집이 아니어도 좋다

도로를 달리면 다른 차가 피해가는 외제차가 아니어도 좋다

똥똥거리는 수백만원짜리 가방이 아니어도 좋다

브랜드 하나 박혀 있지 않은 구루마표 옷이라도 좋다

 

요즘의 나는

어린시절 촌스러웠던 그 모든 것들이 그립고 생각나고

그것들이 그리워 그곳으로 달려가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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