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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전/= 삶의 자세와 지혜

처가집 전화번호만 떠도 치를 떠는 남자,이유는?

 

결혼이라는 굴레 속에서 남편보다는 아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선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라는 사람의 결혼 생활을 돌이켜 봐도 그렇고, 지인들의 결혼 생활을 엿봐도 그러하다. 서너 명의 인원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면 [시]자 들어간 시금치는 쳐다보지 않는 다는 말은 들어 봤어도, [처]자 들어가는 말에 치를 떤다는 사람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 .

퇴근해온 남편과 저녁을 함께 먹고, 쇼파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남편이 같이 일하는 직원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남편- XX는 처가집의 [처]자만 나와도 치를 떨더라!

나 - 아니 왜?

남편이 얘기 하는 XX의 처가의 내력은 이러했다.

처가는 1남 4녀, 처남은 막내인데 경제력이 없는 건지, 건달 비스무리한지 부모님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단다. 상관없이 장인어른이 직장 다니실 때는 넉넉하게 살만 했는데, 퇴직 후가 문제였다. 퇴직한 장인어른이 집안 재정 상태를 살펴보니 그 많은 월급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었다고 한다. 장인어른께서는 장모님께 벌어준 월급 어디 갔냐고 물어도 워낙이 큰손이신 장모님이 알뜰살뜰 돈을 모아 둘리 만무했다. 이리 쓰고, 저리 쓰고, 현재 사는 집 외에는 빈털털이 수준인 것이다.

여기까지는 어른들 삶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갈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닌 시작이었던 것이다. 장모님은 지병이 있으신 데다 몸 상태가 종합병원이라서 늘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꼭 XX에게(막내사위) 제일 먼저 전화를 해서는 오라가라 한다는 것이다. 한 두번도 아니고, 매번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게 XX는 미치고 팔짝 튈 지경이었다.

그렇게 장모님을 XX가 먼저 가서 입원시켜 놓고, 처형들에게 전화를 걸면 처형들은 XX에게 짜증을 낸다고 했다. 능력 없는 처가댁이라서 병원비를 1/M 로 나눠야 하니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인데도, 워낙 잦은 입원이라서 XX의 잘못은 없는데도 욕은 욕대로 얻어먹고, 돈은 돈대로 나가니 XX는 기분이 어땠겠는가!

거기다가 언젠가는 처형이 순진한 XX의 아내를 꼬셔서는 수백만원을 사기 친 적도 있었다. 그뿐인가! 처형으로 인해 사기죄로 경찰서에 가서 조서 받기도 했는데, XX의 아내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언니가 하라는 대로만 했다가 조서 받는 경찰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XX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지 않았겠는가!

부모님들이 나이가 들면 거의 두 부류로 나뉘는걸 알 수가 있다. 자식 눈치를 아주 많이 보는 부모님과, 몰염치한 부모님. XX의 처가 어른들은 몰염치한 분들이었다. 외벌이로 빠듯하게 사는 자식들은 생각하지도 않는지, 사고는 사고대로 치고, 병원비에 그것도 모자른지 칠순 잔치를 휘황찬란하게 해야 한다고 고급 뷔페에서 하자고 했단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이다. XX는 속은 뒤틀리지만 장인, 장모님도 부모님인지라 꾹 참고 해드렸지만, 그 속은 썩어 문드러질 지경이었다.

XX의 본가 부모님은 농촌에서 농사짓고 계신다. 처가에 많은 돈이 들어가다 보니 정작 본가에는 뭣 하나 해드리는 게 없었다. 그것뿐이겠는가! 해마다 부모님이 힘들게 농사지으면 쌀이며, 그 외 반찬이며 부식거리를 얻어먹는 것도 모잘라, 처가에서 손 벌릴 때면 눈물을 머금고 본가에 염치 불구하고 돈을 부탁하기도 했다. 생활이 힘들때문 말읻.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XX는 어떤 생각이 들었겠는가!

나- 그럼 XX 와이프는 일하러 안 다녀요?

사실, 딸이라서 출가외인, 그건 조선시대 때나 적용 가능한 말인 것이다!. 지금은 양가 어른에게 자식 된 도리, 의무를 다 해야 한다. 내가 만약 XX의 와이프라면 무조건 직장에 가서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미안해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XX의 아내는 그냥 전업주보로 살고 있다.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늘 TV를 켜놓고선 쇼파에 누워 멍하니... ... . 내가 그녀의 남편이라도 싫을것 같았다. 꿈도 없고, 희망도 없고, 재미도 없고, 겨우 숨만 쉬고 있을 뿐 XX가 집에 돌아오면 무슨 낙으로 살겠는가? 깨진 장독에 물을 붓는 격인 처가에 희망도 없는 아내, XX는 어린 아이를 보면 그냥 산다고 했단다. 듣는 나도 한숨이 절로 나는데, 당사자는 오죽했겠는가!

남편 - 그래도 처가가 있는게 좋지 않아? 난 우리 와이프 보면 좀 안쓰럽던데 말이야. 장인, 장모님이 모두 돌아 가셔서 갈 친정이 없잖아. 처남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과는 다르잖아!

XX - 어이구, 차라리 없는게 낫습니다. 저는 이제 처가 전화번호만 떠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치가 떨립니다. 저희 처가 같은 처가라면 부모님 없는게 백배 천배 낫다니까요!

그래도 처가가 있는 게 좋지 않냐는 남편 말에 XX는 펄쩍 뛰었다고 한다. 친정 부모님을 먼저 보내고, 그 후 시댁 어른들까지 병수발로 보낸 후, 사실 명절 때면 시원하기도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섭섭한 면도 없잖아 있다. 그걸 남편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가끔은 말을 하지 않아도 짠한 모양이었다.

남편은 XX의 하소연을 들은 후 그의 아내가 해도 해도 너무 하단 생각이 들었나보다.

남편- 어떻게 손 하나 까닥 안하고 있을 수가 있지? 아파트 아줌마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뭘 배우기도 하고 그러지 않나? 우리 마누라는 뭘 하는지 매일 바빠! 왔다 갔다 바쁘게 다니는데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네.

XX - 형님, 형수님은 어떻게 그렇게 살 수가 있어요? 저는 바쁘게 사는 형수님이랑 사는 형님이 너무 부럽습니다. 우리 마누라는 정말 답이 안 나와요. 저건 착한 게 아니라 아예 멍청한데다 산송장하고 사는 느낌입니다.

살다 살다 돈도 못 버는 백조 아내를 부러워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남편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나도 살다가 나를 부러워하는 남자는 처음이다.

남편 - 본가나 처가나 너무 없어서 우린 정말 맨땅에 헤딩하며 시작했잖아. 어쩔 수 없지만, 가끔은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직원들 보면 우리가 참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랬는데, XX 말을 듣다보니까 그래도 우린 낫단 생각이 들더라. 없는 것도 없는 거지만, 처가만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아내만 생각하면 답답하고, 그런데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가엾기도 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만 바라보며 사는 XX가 조금은 가엾더라.

여자인 내가 들어도 아닌 건 아닌 것이다. 착한 것과 멍청한 것은 차이가 있다. 없이 사는 부모님에게 딸이라도 분명 자식 된 도리는 해야 한다. 하지만, 언니들에게 카드를 빌려 준다든지, 명의를 빌려준다든지, 하는 그런 일들은 결코 용납될 수가 없다. 그건 착한게 아니라 멍청한 행동인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자식 된 도리를 해야 하는 거라지만, 부모님이 지나친 요구를 할 때는 형편에 맞춰서 단호하게 거절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자식들 사는 형편은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사치와 요구는 한번쯤은 들어줘도 되지만, 반복되면 끊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