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는 정말 비련의 여인이었을까?

덕혜옹주

굉장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책이었고, 꼭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덕혜옹주의 삶을 여러가지 기록을 바탕으로쓴 소설...그러니까 허구적 요소를 적절히 가미해서 썼다는 게다.... 감안하고 읽었다.
읽은 사람들의 평을 보면 감동적이다...잊지 않겠다..슬프다....뭐  그런 평들이 많았다...
나도 감동을 받겠지...암....사람 감정이란게 다르기도 하지만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으니 나두 감동 받겠지....그렇게 책장을 넘겼다.

고종의 딸로 태어난 덕혜는 이름도 없이 살다가 고종 사후에 덕혜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 그리고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가게 된다. 따돌림속에서도 꿋꿋하게 잘 견디지만 신경쇠약에 걸리고, 모친 죽음후에는 정신분열증까지 겪게 된다.

그리고, 소 다케유키와 강제 결혼을 해 딸을 낳지만 일본의 패전으로 살림이 어려워지고, 정신열증까지 있는 덕혜를 돌볼수 없던 다케유키는 정신병원으로 보낸다. 덕혜옹주의 딸 정혜는 그 후 행방불명으로 소식을 알수 없게 되고(자살)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후에 구국 청년들에 의해 고국으로 돌아 오게 되고, 삶을 마감한다.

책의 간략한 내용은 이러하다.. 사실...그녀 스스로 일기형식으로 뭔가를 남기지 않은 이상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매 순간마다 어떤 심경이었는지 자세히 알수는 없다. 여러 경로를 통해 짐작만 할뿐..

역사적 사실에 허구의 내용들이 섞여 있는 소설이기 때문에, 소설상으로만 말을 하자면..
덕혜옹주가 그리 비련의 여인이라고 보여 지지는 않는다.;;; ( 돌 날아 오겠군 ㅡㅡ;)

식민지하에 볼모로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가고, 원치 않는 강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는거?
주권 상실하에 강제로 유학을 갈수 밖에 없다...강제로 결혼도 할수 있다..슬픈 현실이지만 그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소설속에서 그녀는 결혼식 이후 절대로 남편에게 마음을 열지 않겠다던 꼿꼿함이, 남편의 자상함에도 흔들리지 않던 그녀의 마음의 문을 열게한 것은 바로 만취한 상태로 귀가한 남편의 술주정 때문이었다...실제로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상 그녀의 남편은  간절하게 자기 심정을 토로하고 잘살아 보자고 그렇게 애원한 모습으로 나온다...그래서 그녀는 마음의 문을 열었는지 한결 편안하게 남편을 대할수 있었고...

다케유키(남편) 역시 덕혜옹주처럼 강제로? 결혼한 피해자?? 이기 때문이다...그 이면에 어떤 혜택을 받긴 받았겠지. 댓가가 없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자칫 불행한 삶이 될수도 있는데 말이다..
어른이 되고 나면 이렇게 보는 시각이 삐딱해진다 ㅡㅡ;

원만한 관계로 가는듯 한 상태에서 덕혜는 원치 않는? 임신...출산...?을 하게 된다.그 와중에 시종은 덕혜옹주 모르게 사라지고 덕혜는 날카로와짐과 동시에 늘 앓던 우울증으로 스스로뿐 아니라 남편도 힘들게 한것 같다..

남편인 다케유키를 소설에서 미화한건지는 모르겠다. 허나..소설속의 남편은 고집스럽긴 해도, 같은 피해자란 생각으로 덕혜옹주에 대한 배려를 하며 잘 돌봐 줬단 느낌이다... 계속 되는 덕혜의 우울증으로 인한 이상한 행동으로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하지만 말이다...일본패전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남편은 덕혜옹주를 정신병원에 데려다 놓는다.

간간이 병원을 찾기는 했지만........시간이 지날수록  덕혜는 잊혀져 갔다.
물론 그가 적은 시는 현실적으론 반대의 행보를 걷지만...그것이 이중적인 인간상을 보여주는건지..아니면 사랑하지만? 그렇게 할수 밖에 없었던 걸 시로 보여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전자일수도 있겠다 싶다.
여튼, 시로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직접 물어 보지 않는 이상 어떤 마음인지 알순 없겠지만 말이다.. 시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덕혜를 사랑한것마냥 보여지긴 한다.(일본인의 이중성을 생각한다면 연기일수도 있겠지만..비단 일본인이라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별할때 보여주는 이중성이라고 표현해도 될것 같다....)

 난, 왜 덕혜옹주가 비련의 여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걸까? 책을 읽는 내내 그냥 착잡하긴 했어도 비련까지는 아니었다 ;; 감정이 메말랐나? 이 무슨ㅡㅡ;;

그 시대는 암울했다.
강제로 일본유학을 가서, 원치 않는 강제 결혼을 한 덕혜옹주가 차라리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녀가 살고 있던 그 시대는....
731부대에 소리소문 없이 끌려가 생체 실험...마루타로 고통을 당하면서 죽어간 사람이 한 둘이었던가..
원치 않았지만..... 영문도 알지 못한 채 위안부로 끌려가 일본군 성욕을 채워줘야 했던  여인네가 한둘이었던가... 후에 일어났던 일들이지만...처참한 생활의 연속이었다...백성들은....

스무살 시절...난 마루타 책을 읽고 경악했다...인간으로선 해서도 안되고, 할 생각도 못할 잔인한 일을 저질렀던 일본인들...정말..사람이 할수 있는 일이던가......(토지의 서희가 했던말......[찢어 죽이고 말려죽일테야!] ;;그 심정이었다...)

비련의 여인?? 덕혜옹주책을 읽으며........난 위안부와 마루타로 끌려간 사람들이 떠올랐다...
비교해선 안될 사람일수도 있다...허나...난 비교 하고 싶어 졌다...
그에 비하면 행복한거 아니냐고? ㅡㅡ; 미쳤나보다...;;

비교자체가 미친짓이지만....독살당한 고종( 독살이다 아니다 말이 많지만 일단은 독살로 보고 ㅡㅡ;)...
타국에서 강제 유학 생활...그리고 떠난 사이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돼 보내야 했던 아픔..언제 독살당할지 모른단 생각....그 모든 슬픔과 아픔과 두려움이 그녀를 정신분열로, 우울증으로 몰고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살아 있다면 견뎌야 했다...꼿꼿한 그녀의 모습을..결혼후에도 그대로 유지 했어야 했다..
그녀의 남편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말았어야 했고, 마음의 문을 연 그 이후 아이까지 생겼다면 자신이 아닌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허나 소설속에서 느껴지는 그녀에겐 우울증이 심해서였을까...그런 노력이 보이질 않았다..
마지 못해 살아 숨쉬는 사람...살아도 그만....죽어도 그만인 삶...

차라리 아이를 낳지 말지...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아이까지 불행해 버렸단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남편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면...아이를 낳지 않았다면...아마도 난...그녀를 비련의 여인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출처- 위키백과

검색으로 사진 한장을 봤다...남편 옆에서 웃고 있는 덕혜옹주...임신한 모습....
한동안은 행복했으리란 짐작을 하게 하는 사진이었다...

그럼..강제로 끌려 갔지만..강제로 결혼했지만..그 후는 본인의 선택이었다고 밖에는 생각할수가 없다.
아이 부분은 말이다...만약...부부사이 강제 성폭행으로 생긴거라면 그녀는 정말 비련의 여인일수 있다.
하지만...잠시 남편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었을 때 몸을 허락 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다했어야 했다...( 사진을 보면 잠시 행복했을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난...
책을 읽는 내내..어느 부분이 비련의 여인인가....생각 하고 또 했다..
그 시대적 배경으로 보면...다른 여인네와 비교해서 뭐가?  왕족이기 때문에 강제로 일본유학 가서?
강제 결혼해서? 고종이 독살 당해서? 독살 당할까봐? 그놈의 부질없는 왕족이란 존심때문에?

끝부분에 잠시 눈물이 나기 했다..인간적으로..
하지만...난..덕혜옹주가 비련의 여인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강제로 끌려 가서 결혼했다는걸 제외하곤 본인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마음도 몸도, 남편에게 주지 말았어야 했고, 아이도 낳지 말았어야 했다.

그 시대..덕혜옹주 뿐 아니라 일본 앞잡이가 아니었다면..그런식은 아니었더라도 더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잔인한 말이지만, 그때의 현실이 그랬다...더했으면 더했지 덜한 삶을 산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금새 읽어 버린 책....내가 생각했던 파란만장한 삶은 아니었던것 같다...
인간대 인간으로는 가여운 느낌은 있지만..그렇다고 비련의 여인은 아닌것 같다는게...나의 생각이다..
사람은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행복할수 있는 권리가 있고, 노력이란걸 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허나..덕혜옹주에겐 그닥 그런건 느낄수가 없었다..

세상은 대쪽같은 마음으로 살 필요는 있지만..때로는 구부러 질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면에 있어서 덕혜옹주는 자신만을 생각한 너무나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정혜를 낳지 않았다면 상관없지만...정혜를 낳은 후에는 변했어야 했다..
그랬다면...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정혜도 그렇게 불행한 삶을 살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을...
다만...남편이 소설처럼 너그러웠다는 전제 하에선 하는 말이다...겁탈을 당하지 않았단 전제하에서...

살다보면 견뎌내야 하는 서글픈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혹은 비수를 뒤로 감춘채 힘을 키우는 사람 역시 많다.. 사연이 어찌됐든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사람이기 때문에 흔들릴수도 있고, 방황할수도 있다...하지만..노력이란걸 너무 쉽게 팽개치면 안되는 거다...이 세상 모든건 노력없이 얻어 지는게 없기 때문에...

그녀의 실제 생활을 소설로는 자세히 알수는 없다..하지만..소설속 그녀는 비련의 여인으로 받아 들이긴 힘들다... 그녀에게선 어떤 노력이란거...최선을 다했다는거..그런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더 힘든 상황을 본적이 많아..그까짓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매마른 감정탓일수도 있으리라...;;그래서 미안하다...메마른 내 감정탓인지..비련의 여인으로 느껴지지 않으니...책에서보다 더한 삶을 살았을수도 있는데 말이다...비련의 여린으로 느껴지지 않는..한심한 감정을 탓해야 하는 걸까?